도심 한복판. 아스팔트 위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한계를 넘어선 타이어의 굉음이 공기를 가른다. 영화 속 한 장면도 AI가 만들어낸 가짜도 아니다. 오직 진짜 움직임만으로 대한민국 튜닝 신을 뒤흔들어버린 서스펜션 & 브레이크 전문 브랜드 네오테크의 작품이다. 그들의 리더 이준명 대표를 만나 묻고 또 들었다. 지역 축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김천 모터컬처 페스타부터 태국의 모터스포츠 세계와 첫 직영점에 대한 스토리까지.
이곳저곳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네요.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한 일이죠. 정신없이 지나간 상반기였어요. 김천 모터컬처 페스타를 치렀고, 첫 직영점인 '더핏(THE PIT)'을 오픈했어요. 태국 ‘PTRS(PT Maxnitron Racing Series)’ 현장도 신경써야 했고요. 완성차 브랜드와 개발 협력도 여러 건 있었죠. 가끔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상하게 지친다는 느낌은 없어요.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고, '글로벌과 견줄 만한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는 제조 업체가 된다'는 목표에도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으니까요.
그럼 '2026 김천 모터컬처 페스타'부터 시작해 볼게요. 22년과 24년 '네오테크 모터 페스티벌'의 약자였던 'NMF'가 'NEW ERA OF MOTOR FESTIVAL'로 탈바꿈했어요. 김천시와 협업이 결정적이었죠?
지난날의 'NMF'는 팬들과 노는 사적인 잔치에 가까웠죠(웃음). 돌이켜보면 본사 준공식이 출발점이었어요. 평범한 건 네오테크답지 않기에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지방 중소기업 행사에 7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어요. 대부분 먼 타지에서 찾아온 데다가,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고요. 그 광경을 본 시장과 시의원들이 "김천에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 건 처음"이라고 놀랄 정도였죠. 그렇게 두 번 이벤트를 진행해 보니, 확신이 생겼어요. 우리 회사의 행사로 그칠 게 아니라, 모터시티를 꿈꾸는 김천시가 품어야 할 미래라고요. 때마침 김천시에 국내 최초 자동차 튜닝 산업단지와 주행시험장 공사가 시작됐어요. 명분과 지속 가능성 모두 충분했죠. 종합하자면 김천시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더욱 큰 규모의 페스티벌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NMF'의 오피셜 트레일러는 튜닝카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보는데요. 처음 김천시에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솔직히 무모했어요(웃음). 켄 블락(Ken Block)의 시티 짐카나(City Gymkhana) 영상을 레퍼런스로 보여주면서, 도로를 통제하고 드리프트 장면을 촬영하겠다고 했으니까요. 제안의 첫 반응은 "그게 뭔데?"였어요. 전례가 없으니 '사고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걱정으로 이어졌고요. 신뢰가 중요했어요. 도로 사용 허가부터 안전, 보험, 통제 인력 구성까지 꼼꼼하게 준비하며 무모한 이벤트가 아니라 철저하게 설계된 프로젝트임을 증명했죠. 오피셜 트레일러가 김천시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강조했어요. 포뮬러 원(F1)의 모나코,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의 치체스터처럼 모터스포츠로 브랜딩된 도시를 예로 들면서요. 이 과정에서 시청의 여러 부서는 당연하고, 소방서와 경찰서까지 일일이 협조를 구했어요. 허가와 민원이 별개라는 점도 뼈저리게 느끼면서 현수막으로 사전 공지를 하고, 상가 일대를 돌아다니며 양해를 구했고요. '한국에서도 이런 게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들려고 한 것… 그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해요.
차쟁이라면 혹할 만한 로망을 영상에 전부 담았더라고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요?
가짜가 아닌 진짜요. AI로 그럴듯하게 제작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차쟁이들은 가짜를 귀신같이 알아보니까요. 재미있는 건 실제로 영상을 본 이들의 리액션이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AI 프로그램 사용을 의심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는 증거죠. 좋은 선례가 되어야만 했어요. 특히, 안전 문제요. 솔직히 더 많은 장면을 과감하게 찍고 싶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라도 발생하면 후발 주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참았어요(웃음).
출연진 섭외와 촬영팀 선정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졌나요?
사실 ‘NFM’의 예산 편성에 영상 촬영 비용은 없었어요.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사정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죠. 염치없지만 하나하나 전화해서 "한국 최초로 도심 짐카나를 찍게 됐는데 예산이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네오테크와 협력해 온 드리프터 강미지 선수, 레드콘, 강병휘 선수, 레인조모빌리티, 디스펙(Dspec), 스튜디오 집(Studio Zip), 준이엔지(Jun E.N.G)가 간절한 요청에 흔쾌히 응해 줬고요.
2년 주기로 열리고 있어요. 팬들과 튜닝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개최할 생각은 없나요?
축제가 끝나면 꼭 듣는 기분 좋은 멘트가 있어요. 내년에 또 하면 안 되냐는 것이죠. 저 역시 그 마음이 굴뚝같지만, 회사 자체 비용으로 진행하다 보니 부담이 되는 현실이에요. 격년 행사가 된 이유죠. 긍정적인 부분은 이번 성과를 두고 김천시도 고민 중이니 매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다가올 ‘NFM’에서 공개하기 위한 콘텐츠를 준비할 계획이에요. 이를테면 개성 강한 빌더와 함께하는 튜닝카 제작이요. 아, 네오테크가 크고 작은 다양한 자체 이벤트를 열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주세요(웃음).
태국에서는 어떤 일을 꾸리고 있나요? PTRS가 픽업트럭 레이스라는 점과 네오테크가 테크니컬 스폰서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요.
PTRS는 태국 최대 민간 정유사 ‘피티지 에너지(PTG ENERGY)’가 후원하는 시리즈로 픽업의 나라 태국에서 인지도와 미디어 파워가 가장 강력한 모터스포츠예요. 모든 활동은 제품 성능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고요. 픽업트럭은 무겁고 무게중심이 높은 데다가, 리프 스프링 타입의 리어 서스펜션을 사용해요. 이런 차를 서킷에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면, 그 어디에 적용시켜도 문제가 없어요. 직접 차를 빌드하고 팀을 꾸리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가장 강력한 영업을 하는 셈이죠. 무엇보다 솔직히 재미있어요!
직접 팀을 꾸려 레이스에 참가하는 이유는요?
제품만 납품하는 것과 직접 경기를 뛰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에요. 우승 경쟁을 위해 레이스카를 셋업하고 예선과 결승을 치르는 과정에서 실험실의 몇 달 치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요. 슬로건이 'OWN THE MOTION'인데, 움직임을 소유한다는 건 직접 겪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만든 부품을 스스로 검증하는 회사, 그게 네오테크가 추구하는 가치에요.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인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현대 N 페스티벌’과도 협업 중이잖아요. 한국과 태국 무대는 무대는 결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태국은 픽업트럭이 국민차죠. 관중이 보는 레이스카가 본인 집 앞마당에 주차된 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닿지 못할 판타지가 아닌, 손에 쥐고 있는 현실이기에 몰입감이 남달라요. 단순한 유희 대상이 아니에요. 특별함보다는 삶의 일부랄까요. 모터스포츠 역사도 길기 때문에 다양성과 기반도 탄탄하고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마니아들만 즐기는 서브컬처 느낌이 강해요. 태국에서 경험을 우리 문화에 녹이고, 우리 기술을 태국에 전파하고 싶어요. 나아가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고요.
창업주인 부친을 제외하고 네오테크를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2005년 슈퍼레이스를 관람하면서 평생 서킷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하지만 튜닝숍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제가 레이스 그 자체, 조금 더 자세하게는 운전에만 몰입하게 되는 걸 경계했어요. 차 타는 재미에 빠져버리면 정작 귀 기울여야 할 드라이버와 팀의 요구 그리고 튜너들의 의견을 무시하게 될까 봐서였죠. 돌이켜보면 기술보다는 겸손과 태도를 배운 것 같아요. 네오테크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 받은 사랑을 더 나은 자동차 문화로 되돌려주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에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프로젝트가 연이어 성공하고 있어요. 임직원들의 노고가 상당할 텐데 그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밖에서 볼 때는 화려함만 가득할 거예요. 그 너머에는 김천 본사에서 품질을 위해 매일 도면과 씨름하고 가공 장비를 돌리며 애쓰는 50여 명이 있어요. 축제 기간에는 행사 스태프로, 레이스 시즌에는 미케닉으로, 평소에는 중소기업인으로 사는 동료들이죠. 제가 꿈꾸는 그림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네오테크의 위상이 드높아지는 것도 그들의 희생 덕분이고요. 항상 고맙고, 언제나 자랑스럽죠. 유감이지만, 앞으로 더 바빠질 텐데 힘내주었으면 하네요(웃음).
낯간지러운 질문이겠지만,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꿈을 들어볼게요.
네오테크가 독일의 KW 서스펜션이나, 이탈리아의 브렘보처럼 글로벌 마켓의 기준이 되는 거예요. 그들이 쌓은 탑을 한국의 애프터마켓 파츠 브랜드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품 퀄리티로 증명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회사가 되어야 해요. 또 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눈치 보지 않고 그 취향을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천의 어느 거리에서 레이스카의 뜨거운 순간을 목격한 소년이 이십여 년이 흘러서도 설렘을 간직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할 거예요.
글ㅣ주영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