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형 고급택시의 영업구역 제한을 완화하는 광역권 통합 운영 실증 특례 사업이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현장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미 같은 특례를 적용받아 수도권 전역에서 운행 중인 타다와 달리 카카오T 벤티는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면서 플랫폼에 따른 차별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대형 고급형 택시 사업구역 광역권 통합 운영 실증 특례를 승인받았지만 현재까지 사업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 서비스인 타다는 이미 동일한 실증 특례를 적용받아 수도권 전역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 기사들은 동일한 대형 고급택시 면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플랫폼에 따라 영업 범위와 수익 기회가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해당 실증 사업은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하나의 영업권으로 묶어 수도권 내 자유로운 영업을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는 면허를 받은 지자체 구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영업하는 데 제한이 있지만 특례가 적용되면 수도권 어디서든 호출을 받아 운행할 수 있다. 장거리 운행 후 빈 차로 복귀하는 공차 운행을 줄여 기사 수익성을 높이고 이용자 이동 편의성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국토부가 승인 과정에서 지자체 및 업계와의 세부 방안 협의를 조건으로 부여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앞서 타자가 실증 특례를 승인받을 당시에는 없었던 조건이다. 현재 경기개인택시조합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업 개시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규제 샌드박스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기술과 신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동일한 서비스에 서로 다른 조건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후발 사업자에게만 추가 진입 장벽이 생겼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가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현장 기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서울에서 카카오T 벤티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타다 기사들이 제한 없이 수도권을 넘나들며 효율적으로 영업하는 반면 카카오 기사들은 구역 제한에 걸려 돌아올 때 빈 차로 와야 한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만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반면 경기 지역 개인택시 업계는 서울 택시의 대거 유입으로 지역 기사들의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며 완강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도권 택시 수급 불균형 해소와 이용자 편의 증진이라는 실증 특례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관련 논의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실증 특례가 오히려 기사들 간의 역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이 플랫폼 종류와 관계없이 공정한 영업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