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AI를 활용해 과학적 발견과 기술혁신을 앞당기는 미국 국가 프로젝트 '제네시스 미션'에 참여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미일 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AI 등 공동 개발에 총 10억달러, 약 1600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미일 공동 대응 성격이 짙다.
일본에서는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 간부가 6월 초 미국을 방문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부 간부와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 가운데 5억달러를 부담하고 양자기술, 핵융합, 바이오기술 등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서는 미국 국립연구소가 축적한 방대한 과학 데이터와 슈퍼컴퓨터, AI 연구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AI 연구개발 협력이 아니다. 미국은 제네시스 미션을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계획', 인류 최초 달 착륙을 이끈 '아폴로 계획'에 비견되는 국가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맨해튼 계획과 아폴로 계획이 각각 전쟁과 우주경쟁의 판을 바꾼 국가총력 사업이었다면, 제네시스 미션은 AI를 앞세운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승부처로 설정된 셈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공식 설명도 이 같은 성격을 뒷받침한다. 제네시스 미션은 미국의 17개 국립연구소와 국가핵안보청, 산업계, 학계의 역량을 연결해 AI 기반 과학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 실험시설, AI 시스템, 고유 과학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기존에는 긴 시간이 걸렸던 실험과 계산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미국 과학·공학의 생산성과 영향력을 10년 안에 두 배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옮겨간 미중 패권전쟁 대상 분야도 광범위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제네시스 미션을 통해 추진할 초기 국가 과학기술 과제 26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중요광물, 첨단제조, 바이오기술, 원자력, 양자정보과학, 국가안보 관련 기술 등이 포함된다. 지난 3월에는 관련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억9300만달러 규모의 공모도 발표했다. 미국은 AI를 연구 보조도구가 아니라 과학기술 경쟁 전체를 재편할 국가 인프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민간 빅테크도 대거 붙었다. 미국 에너지부는 앞서 제네시스 미션 추진을 위해 24개 조직과 협력 합의를 발표했다. 공식 협력 명단에는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IBM, AMD, 오라클, 팔란티어, 인텔, 마이크론 등 주요 AI·반도체·클라우드 기업이 포함됐다. 정부 연구기관, 슈퍼컴퓨터, 민간 AI 기업, 반도체 기업이 한 플랫폼 안에서 움직이는 구조다.
미국이 일본을 첫 해외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AI 경쟁은 더 이상 챗봇이나 검색서비스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설계, 신소재 개발, 핵융합, 바이오, 신약, 중요광물 탐색, 군사·안보 기술까지 국가 경쟁력 전반을 좌우하는 기반 기술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추격에 맞서 동맹국의 자금과 기술, 연구 인력을 묶으려 한다. 일본도 미국 주도의 최고급 연구 인프라에 들어가 기술 낙오를 피하고 첨단산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계산이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 정밀기계, 양자·핵융합 연구에서 축적된 기반을 갖고 있다. 미국은 AI 모델,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국립연구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 강점이 결합하면 중국을 겨냥한 기술동맹의 실효성은 커진다. 최근 미일이 미사일 공동개발과 방위협력을 넓히는 것처럼, AI와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안보와 산업을 함께 묶는 협력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일의 이같은 AI협력은 한국에 민감한 신호다. AI, 반도체, 양자, 바이오, 핵융합, 중요광물은 모두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이 일본을 제네시스 미션의 첫 국제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은 첨단기술 질서에서도 동맹 내부의 역할 배분이 빠르게 굳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미일 협력은 AI를 둘러싼 세계 경쟁이 기업 간 기술개발을 넘어 국가 대 국가의 총력전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거세질수록 AI를 둘러싼 동맹 재편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도 선택의 시간이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