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방산·조선·전력이 책임진다…韓 수출, 하반기도 ‘파란불’
||2026.05.31
||2026.05.31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반도체·방산·조선·전력기기가 하반기 한국 수출을 이끌 전망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며 호르무즈 해협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있지만, 4대 산업의 동시 호조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구도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끌어올린 배경에도 이런 흐름이 있다. 한은은 지난 2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잠재성장률(약 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2.7%)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1.7% 성장하며 기존 전망(0.9%)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한 결과가 반영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8%에서 2.1%로 0.3%포인트 올렸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고유가 부담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2.7%로 상향됐다.
수출 호조의 핵심 동력은 여전히 반도체다. AI 서비스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디램(DRAM)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메모리 기업들의 보수적 증설 기조와 고성능 제품 생산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공급은 수요 증가 속도에 못 미치고 있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업황 호조는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달러-원 환율은 2분기 1470원에서 4분기 1420원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와 함께 하반기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동력은 방산이다. DS투자증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전쟁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전 세계적인 국방비 증액과 무기 구매 확대가 이어지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및 주가 우상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UAE 실전에서 약 96%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한 천궁-Ⅱ는 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 등 추가 발주 가능성을 키웠다. 그동안 한국 방산이 접근하지 못했던 서·남유럽 시장 진입도 가시화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스페인 인드라(Indra)와 K9 기반 자주포 개발·생산 협약을 체결했고, 프랑스는 노후 LRU 9문 대체용으로 천무를 검토 중이다.
◆김정관 산업부장관 "올해 수출 9000억달러 넘을 듯"
정부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수출이 9000억달러를 넘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산업연구원이 예상한 통관 기준 9244억달러(전년 대비 30.3% 증가)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김 장관은 "수출을 반도체가 끌고 간다고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13~15% 증가했고 중소기업 수출도 10% 늘었다"며 호조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업도 글로벌 공급 재편 속에서 한국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글로벌 가중톤수(CGT) 점유율은 2015년 29%에서 올해 1~5월 5% 이하로 급감했고, 중국은 70%대 점유율에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중 조선·해운 제재로 서방 발주처 접근이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 도크는 2027~2028년까지 사실상 채워져 있다. LNG선은 올해 1~4월 37척이 발주되며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38척)을 초과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과 함께 숏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다음달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 장관은 제안서 마감 직후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과 회동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만남 자체가 메시지"라고 밝혔다. 가격과 사양 측면에서도 한국 측 제안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전력기기 산업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AI 데이터센터·그리드 노후화·전기화 가속이 동시에 작동하며 미국 변압기 시장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변압기 시장이 2024년 613억달러에서 2030년 1377억달러로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국 빅3 합산 수주잔고는 3분기 3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5~6년치 가시성을 확보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765kV 시장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월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사로부터 7870억원 규모 단일 수주를 따냈다. 765kV 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10개사에 불과하고 리드타임이 130주에 달해 비대칭 진입장벽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유가다. 하나증권은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까지 안정되는 시점을 4분기로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 중동 산유국 생산 재개, 비OPEC 국가 증산 속도가 회복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2.7%까지 끌어올린 것도 고유가 부담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4대 산업이 동시에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신성장 동력이 외부 충격을 흡수하며 하반기 수출 경로를 떠받치는 구도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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