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문턱 못 넘은 국산 첫 CAR-T… 큐로셀 ‘림카토’ 상업화 제동
||2026.05.31
||2026.05.31
국내 첫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주목받은 큐로셀의 ‘림카토주’가 건강보험 급여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국산 세포·유전자치료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환자 처방 확대와 매출 발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
31일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주 열린 2026년 제5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림카토주에 대해 ‘급여기준 미설정’ 결정을 내렸다. 림카토주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를 받은 뒤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PMBCL)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 심사를 받았다.
그러나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후속 절차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로 이어지는 급여 등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림카토주는 지난 4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첫 CAR-T 치료제다. 환자 몸에서 T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맞춤형 세포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와 달리 1회 투여로 장기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평가받았다. 특히 큐로셀은 자체 기술인 오비스(OVIS)를 적용해 T세포 기능 저하와 암세포의 면역회피를 억제하는 차별성을 내세웠다.
임상 성과도 상업화 기대를 키웠다. 큐로셀은 임상 2상에서 림카토주의 객관적 반응률과 완전관해율이 기존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환자군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해 왔다. 국산 CAR-T라는 점에서 해외 제품 대비 공급 안정성, 제조 기간,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도 기대가 있었다. 정부가 추진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품목으로 알려지면서 허가 이후 급여 등재까지 빠르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 심사는 허가와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 식약처 허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심으로 판단하지만 급여 등재는 임상적 유용성에 더해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기존 치료제 대비 비교우위, 환자 수, 장기 추적자료까지 종합적으로 따진다. CAR-T 치료제는 한 번 투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큰 초고가 치료제인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림카토주의 치료 가치가 부정됐다는 의미라기보다,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어떤 조건으로 비용을 부담할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CAR-T 치료제는 투여 후 반응이 나타난 환자에게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당국 입장에서는 치료 실패나 조기 재발 가능성까지 고려해 위험분담제, 성과 기반 환급, 장기 추적자료 제출 등 추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큐로셀 입장에서는 상업화 일정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림카토주는 회사의 첫 상업화 제품이자 국내 세포치료제 산업의 상징적 품목으로 꼽혀 왔다. 급여 등재가 지연되면 실제 처방 확대가 제한되고, 매출 발생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 CAR-T 치료제는 비급여 상태에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커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기 어렵다. 결국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시장 안착의 핵심 열쇠다.
환자들에게도 아쉬운 결정이다. 림카토주의 대상 환자는 이미 두 차례 이상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림프종 환자다. 이들은 표준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국산 CAR-T가 급여권에 들어오면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환자 부담 완화와 치료 기회 확대는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다만 림카토주의 급여 등재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급여기준 미설정’은 최종 탈락이라기보다 추가 자료와 조건 보완을 거쳐 재심의가 가능한 단계로 해석된다. 큐로셀이 임상적 차별성, 장기 반응 지속성, 기존 CAR-T 대비 가격 경쟁력, 성과 기반 지불 모델 등을 보강해 다시 심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다른 CAR-T 치료제들도 적응증별로 급여 인정 여부가 갈린 사례가 있는 만큼, 림카토 역시 향후 조건 조정에 따라 급여권 진입을 다시 노릴 수 있다. 큐로셀은 오는 7월 재심사에 다시 도전해 올해 하반기 출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사례가 국내 바이오 신약 개발의 다음 과제를 보여준다고 본다. 기술개발과 허가가 끝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격과 근거, 지불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 이중항체 등 고가 혁신 치료제가 늘어날수록 ‘얼마나 잘 듣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효과가 유지되는가’, ‘효과가 없을 때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급여 판단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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