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너무 올라 부담?… 주식ETF에 채권 섞었더니 수익률이
||2026.05.31
||2026.05.31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퇴직연금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하면 퇴직연금 규정을 지키면서 주식 비중을 80%대 중반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게 부각되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급등에 올라탄 상품이 인기를 끈 데 이어, 현대차·기아 등 투자 대상을 넓힌 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자산운용은 내달 2일 ‘WON 삼성전자현대차채권혼합50’ ETF를 상장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각각 25%씩 투자하고 나머지 50%를 단기채권으로 구성해 AI 반도체와 피지컬 AI 대표 우량주를 동시에 담은 상품이다.
하나자산운용도 내달 9일 ‘1Q 현대차기아채권혼합50’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를 25%씩 편입하고 나머지 50%를 채권으로 채운 ETF로 완성차 그룹주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채권혼합형 ETF는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상품이다. 주식에 50% 미만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고채나 단기채 등 채권으로 채워 변동성을 낮추는 구조다. 주식 상승에 따른 수익 기회를 일부 가져가면서도 채권 편입을 통해 변동성을 완화하는 게 특징이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 8조890억원이었던 순자산은 28일 기준 18조1213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연초 이후 상장한 상품만 8개다.
몸집이 커진 것은 퇴직연금에서 주식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능이 부각되면서다. 현행 퇴직연금 규정상 위험자산은 적립금의 70%까지 담을 수 있고 나머지 30%는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데, 채권혼합형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이를 활용하면 규정을 지키면서 포트폴리오 내 주식 노출도를 85%까지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의 70%를 반도체 관련 ETF에 넣고, 30%를 반도체주 중심의 채권혼합형 ETF로 구성한다고 하면, 실제로는 채권혼합형 상품에도 절반 가량은 반도체 종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실제 주식 비중은 85% 수준까지 올라간다.
해외 ETF도 같은 방식이다. 퇴직연금의 70%를 나스닥 주식을 사고, 나머지 30%를 나스닥 중심의 채권혼합형 상품에 투자하면 이 역시 주식 비중을 80%대 중반까지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은 대부분 주식으로 구성돼 있고, TIGER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50에도 주식이 일부 들어 있다.
채권혼합형 ETF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주식만 담은 ETF보다 변동성은 낮추면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주도주 상승 효과를 일부 누릴 수 있고, 채권 편입으로 시장 조정 국면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29일 기준 최근 1개월간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27.6%), ‘1Q 200채권혼합50액티브’(16.8%) 등 신규 채권혼합형 ETF 상품은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26.7% 오른 점을 고려하면 안전자산 치곤 낮다고 볼 수 없는 성과다.
다만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원금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상품 구조상 주식을 절반 가까이 포함해 증시 조정 국면에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특정 종목 비중이 높을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흔들릴 수 있다.
채권도 금리 상승기엔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해외 주식·채권을 담은 상품은 환율 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퇴직연금처럼 장기 투자하는 경우엔 총보수와 거래비용이 누적 수익률을 좌우할 수 있어 편입 종목과 채권 만기 구조, 비용을 함께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는 평가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은 10년, 20년 장기 투자하는 자금인데 반도체주 비중이 높은 상품은 업황 사이클에 따라 수익률 변동이 커질 수 있다”며 “지금은 수익률이 좋아 보여도 1~2년 뒤 주가가 내려올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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