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전기차 ‘루체’ 역풍…디자인 혹평에 브랜드 정체성 논란
||2026.05.30
||2026.05.30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가 공개 직후 디자인 논란에 휩싸였다. 29일(현지시간) IT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64만달러가 넘는 가격에도 외형이 페라리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평가가 퍼지면서 온라인에서 조롱과 밈의 대상이 됐다.
루체는 4개 모터와 1035마력, 약 500km 주행거리를 갖췄다. 조니 아이브와 마크 뉴슨의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이 설계에 참여했고, 페라리 역사상 가장 긴 차체와 첫 5인승 구성을 적용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날카롭고 공격적인 선 대신 더 둥글고 공기역학적인 비율을 택해 해치백처럼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외관이 브랜드 정체성을 놓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루시드의 디자인·브랜드 담당 수석부사장 데릭 젠킨스는 후면등, 빨간색, 로고를 제외하면 외관에서 페라리를 떠올릴 요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면부도 식별 가능한 얼굴이 아니며 브랜드와 맞지 않는 조합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시간 크리에이티브 스터디스 칼리지의 운송디자인 학과장 라파엘 자밋도 산업디자인과 자동차디자인은 다른 영역이라고 짚었다. 아이폰처럼 물성을 최소화하는 접근은 손에 쥐는 디지털 기기에는 적절할 수 있지만 페라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루체를 두고 AI가 설계한 것처럼 지나치게 평범하고 정체성이 거의 비어 있다고 평가했다.
차량 전략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자밋은 루체가 스포츠카도, 도심형 전기차도, 완전한 럭셔리카도 아니라며 차량 곳곳의 방향성이 서로 엇갈린다고 말했다. 실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요소를 섞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반백만달러대 슈퍼카보다 피아트 500이나 친퀘첸토 같은 소형 프리미엄 도심형 차량에 더 어울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공개 다음 날 페라리 주가는 밀라노에서 약 8%, 뉴욕에서 5.3% 하락했고 수요일까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애널리스트들은 디자인 반감과 함께 연구개발 비용, 투자수익률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다만 베네데토 비냐 최고경영자는 29일 루체에 대한 관심이 강하고 특히 신규 고객 반응이 좋다고 밝혔고, 주가는 이후 공개 전 수준을 회복했다.
논란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확산했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전 페라리 회장은 루체가 신화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고,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 스테판 빈켈만은 루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계획을 접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자사 판단이 옳았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중국 시장 확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중국은 전기차가 주류이고 대형 가솔린 차량에 높은 세금이 붙는 시장이다. 전체 판매에서 중국 비중은 통상 약 10%였지만 최근 몇 년간 줄었다. 루체의 큰 유리 면적과 논란이 된 외형이 이런 시장을 겨냥한 선택으로 읽히면서, 새 시대를 알리려던 첫 전기차가 오히려 기존 페라리의 정체성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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