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떠난 자리 노리는 도요타… 결국 中 전기차와 맞붙는다
||2026.05.30
||2026.05.30
혼다코리아가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일본 대중차 시장이 도요타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철수가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전동화 전환과 중국산 전기차 공세 속에서 수입 대중차 브랜드의 생존 공간이 빠르게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혼다 이탈의 최대 수혜 후보로 꼽히는 도요타 역시 하이브리드 전략만으로 중국 전기차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경쟁력 검증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4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말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 동향,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더 이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혼다는 2003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 자동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등을 종합하면 2004년 1475대에 불과했던 혼다의 국내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 2008년 1만2365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2017년에도 1만299대를 판매하며 수입 대중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했지만 2020년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2025년 판매량은 1951대에 그쳤다.
실제 국내 수입차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독일 브랜드는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했고 현대자동차·기아는 상품성과 전동화 경쟁력을 앞세워 내수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차까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혼다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전환 모두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입차 시장은 프리미엄과 전동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혼다는 두 영역 모두에서 포지션이 불분명해졌다”며 “전기차 전환이 늦어진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국산 하이브리드 공세까지 겹치며 입지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환율과 공급망 구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혼다는 북미 생산 물량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도요타는 일본 생산 물량과 북미 생산 물량을 병행하면서 국내 공급과 가격 전략에서 혼다보다 대응 여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혼다가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도요타로 쏠리고 있다. 혼다 이탈 수요를 도요타가 흡수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도요타·렉서스는 2025년 국내에서 합산 2만4655대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는 6세대 RAV4와 신형 렉서스 ES 등 볼륨 모델 투입이 예고돼 있다.
도요타는 대중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원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신형 RAV4는 기존 가솔린 중심 라인업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흐름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신형 RAV4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6세대 RAV4에는 도요타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린(Arene)’이 적용돼 차량 기능을 무선 업데이트 방식으로 지속 개선하고 인공지능(AI) 음성 비서와 감정 케어 기능까지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차량이 도로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AI·통신 기반 기술도 적용된다.
다만 혼다 이탈에 따른 반사이익이 도요타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일본차를 선택했던 실용 소비층 일부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도요타와 렉서스 역시 국내 순수 전기차 라인업은 아직 제한적이다.
특히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지커의 한국 진출도 가시화되면서 중국 브랜드의 공세는 대중차를 넘어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도요타와 렉서스가 국내 전기차 라인업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만큼 향후 전동화 경쟁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당분간 혼다 철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볼륨 모델 2종을 국내에 투입하면서 하이브리드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전기차 경쟁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뒤처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수록 도요타의 대응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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