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 1위 ‘흔들’...키움증권, 퇴직연금 승부수 통할까
||2026.05.29
||2026.05.29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키움증권이 오는 6월부터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하며 수익구조 다변화와 리테일 고객 기반 확대에 나선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핵심 사업인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M/S)은 하락한데 따른 반전 카드로 퇴직연금을 꺼내든 것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6212억원, 당기순이익 47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9%, 102.6% 증가한 수치다. 국내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1분기 주식 수수료 수익은 국내주식 2311억원, 해외주식 804억원 등 총 311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활성화로 키움증권의 일평균 약정금액은 2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15.9%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거래대금 증가에도 리테일 점유율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의 국내 주식 리테일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26.5%에서 올해 1분기 25.7%로 낮아졌다. 지난해 2분기 29.4%였던 점유율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점유율 하락 원인으로 코스닥 거래 비중 축소, 대형 증권사 지점 영업 활성화, ETF 매매 비중 확대 등을 꼽고 있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1분기 코스닥 거래 비중은 23%대로 낮아졌다.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키움증권의 강점이 희석된 셈이다.
토스증권 등 플랫폼 증권사의 수수료 프로모션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1위 사업자로서 단기 수수료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ETF 거래 편의성 강화, 사용자 경험(UX) 개선, 커뮤니티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확대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키움증권이 꺼낸 승부수가 퇴직연금이다. 키움증권은 6월1일부터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퇴직연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회사는 개인형퇴직연금(IRP),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 사업을 비대면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표영대 키움증권 연금플랫폼본부장(상무)은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키움증권은 최초의 비대면 온라인 기반 퇴직연금 사업자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며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가입자 중심, 비대면 온라인 중심 시장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은 이미 5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장기적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2035년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 보험 중심이던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 중심에서 ETF, 펀드 등 투자형 상품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면서 온라인 투자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키움증권은 기존 주식 거래 환경을 퇴직연금에 적용하는 것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퇴직연금 고객도 기존 주식 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ETF를 탐색하고 매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성했다. 자동 투자, 적립식 투자, 이자·배당 재투자, AI 포트폴리오 서비스 등도 준비했다.
◆1년 수수료 면제로 초기 고객 확보...장기 목표는 톱5
수수료 전략도 공격적이다. 키움증권은 DB·DC·IRP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가입 후 1년간 조건 없이 면제하기로 했다. IRP 계좌에는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다.
고객 수익률이 회사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면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키움증권은 해당 수수료 체계에 대해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퇴직연금 사업 초기에는 무리한 적립금 확대보다 안정적인 사업 안착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적립금 목표도 5000억원 이내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다만 장기 목표는 분명하다. 2035년까지 증권업권 퇴직연금 M/S 10%, 적립금 순위 톱5 진입을 제시했다.
관건은 기존 브로커리지 고객을 연금 고객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느냐다. 키움증권은 21년 연속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만큼 투자 경험이 많은 개인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고객층이 퇴직연금에서도 ETF와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을 적극 활용하면 브로커리지와 연금 사업 간 시너지가 가능하다.
다만 퇴직연금 시장은 진입 장벽도 높다. 은행과 보험, 대형 증권사가 이미 법인 영업망과 적립금을 확보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키움증권이 단기간에 순위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DB·DC 시장에서는 기업 대상 영업력과 장기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다는 약점을 비대면 업무 처리와 온라인 법인 영업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가입, 입금, 적립금 운용, 지급 등 퇴직연금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사무 담당자 웹을 구축했다. 법인 영업도 기존 기업금융 조직과 새로 구성한 퇴직연금 조직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퇴직연금 진출이 단순한 신사업 확대를 넘어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조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커리지는 증시 거래대금과 투자심리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퇴직연금은 적립금 기반의 장기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초년도 수수료 면제와 수익률 연동형 수수료 도입으로 초기 수익성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키움증권도 올해는 적립금 확대보다 사업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퇴직연금 시장은 중요한 전환을 맞고 있다"며 "키움증권이 축적해온 온라인 투자 플랫폼 경험과 IT 경쟁력을 퇴직연금 자산관리에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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