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증권사, 이익 회복했지만… 수탁수수료 빼면 ‘속 빈 강정’
||2026.05.29
||2026.05.29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 들어 이익 회복에는 성공했지만 수익 구조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다. 수탁수수료 손익이 영업이익을 웃돌면서 사실상 주식거래 부분을 빼면 적자를 기록한 것. 성장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업금융(IB)을 포함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게 한계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3조원 미만 증권사 15곳(교보·한화·유안타·현대차·IBK·우리·BNK·iM·유진·DB·LS·부국·다올·한양·SK)의 1분기 수탁수수료 손익(수탁수수료 수익에서 매매수수료 비용 차감)은 별도 기준 5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 4945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비율로 따지면 112.4%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 중 수탁수수료(1707억원) 비중이 51.8%였던 것과 비교하면 의존도가 크기 증가한 셈이다.
회사별로 유안타증권(비중 188.9%), 한화투자증권(172.8%), BNK투자증권(162.3%), IBK투자증권(156.2%), 현대차증권(153.8%), 다올투자증권(148.3%), SK증권(144%), iM증권(119.1%), 부국증권(114.2%) 등 9곳이 영업이익보다 수탁수수료 손익이 컸다. 다른 사업 부문에서 입은 손실 상당 부분을 수탁수수료로 만회해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이는 대형사와 비교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10곳의 별도 영업이익(4조4973억원) 대비 수탁수수료 손익(2조5898억원) 비중은 57.6% 수준이었다. 1년 전 37.6%였던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올라가긴 했지만, 절반 정도는 다른 부문에서 이익을 확보했다.
문제는 중형 증권사 수탁수수료 손익 확대가 회사 역량보다는 오로지 증시 거래대금 증가에 기댄 수혜라는 점이다. 1분기 증권사 전체 수탁수수료 수익은 4조3872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대형 10개사 수익이 2조9887억원으로 전체 약 70%를 차지했다. 중소형 15개사 수익(6336억원) 점유율은 14.4%에 그쳤다. 1년 전(12.3%)와 비교해 거의 ‘제자리’다.
그러다보니 대형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들 증권사 15곳의 1분기 연결 순이익은 4157억원으로 전년동기(2586억원) 대비 60.8% 늘어난 반면, 대형 증권사 10곳의 연결 순이익은 2조271억원에서 4조3318억원으로 113.7% 증가했다. 7.8배였던 순이익 격차는 올 1분기 10.4배 규모로 확대됐다.
하반기에도 지금처럼 증시 활황장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한 수탁수수료 중심의 이익 구조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가뜩이나 판매·관리비(-1조296억원) 부담이나 파생상품 관련 손익(-8343억원), 대출채권 관련 손익(-547억원), 외환거래 손익(-348억원) 등의 손실도 만만치 않아 이를 상쇄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수탁수수료 손익 감소 시 실적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있다.
중형 증권사가 이익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대형사와 같은 자본 경쟁에서 벗어나 특화 IB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PF 등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리서치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주식자본시장(ECM)·인수합병(M&A) 자문 등 기업금융(IB)으로 연결할 경우 차별화된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 영업을 줄이고 전문성이나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대형사가 적극적으로 침투하기 어려운 벤처·모험자본, 특정 섹터에서 딜 소스(IB 거래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특정 섹터에 리소스를 투입해 차별화된 보고서가 계속 나오면 시장이 해당 회사를 다르게 보기 시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내부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하나씩 풀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