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중단 선언한 삼성화재… 빚투 몰리자 빗장 거는 보험사
||2026.05.29
||2026.05.29
국내 손해보험사 1위인 삼성화재가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보험사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리자 서둘러 빗장을 걸어잠그는 모습이다. 한도를 조절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대응을 넘어 대출 창구를 닫아버리면서 급전이 필요한 보험 가입자 마저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29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회사는 ▲무배당 삼성Super보험 ▲무배당 삼성 올라이프 Super보험 ▲무배당 건강보험 퍼스트클래스 등 상품 10종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7월부터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상품들은 지난해 한 차례 대출 한도를 조정한 바 있다. 약관대출은 가입자가 보유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 안에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통상 약관대출 한도는 가입자가 보험 해지 시 돌려받을 수 있는 돈(해약환급금)의 85~95% 선이지만, 해당 상품들의 해약환급금은 이미 30~50% 수준까지 축소된 상태다.
삼성화재는 대출 중단 배경에 대해 "안정적인 보험계약 유지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최근 약관대출이 빚투 자금 통로로 빠르게 변모하자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약관대출은 보험사가 떠안는 부실 위험은 거의 없고 가입자는 신용평가나 별도 심사 없이 곧바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 자금줄이 막힌 가입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서민 급전 창구로 꼽혀 왔다. 특히 별도 승인 심사 없이 모바일 앱에서 곧바로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시장에서는 주식시장 호황이 겹치자 약관대출이 마이너스 통장 대용 자금줄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71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000억원 늘었다. 통상 약관대출은 연말에 크게 늘었다가 1분기 감소하는 계절적 흐름을 보이지만 올해는 1분기에도 잔액이 오히려 늘어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약관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면 연체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가 보험 계약자의 해약환급금을 넘어설 경우 보험계약이 강제로 해지될 수 있어 가입자가 보장 공백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보험을 해지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준 해약금 규모는 생보업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생명보험사 22곳의 올해 2월 누적 해약환급금은 11조8965억원으로 전년 동기 9조3090억원 대비 27.8% 늘었다. 연금보험과 종신보험 등 계약 규모가 큰 상품 비중이 높은 생보 쪽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해약환급금은 1조8445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1조9635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대출이 어떤 요인으로 크게 늘었는지 전수 조사하기는 어렵지만 보험사와 얘기해보면 증시 상승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곳들이 많다"며 "1분기 대출 증가폭이 커 보험사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달라고 권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는 잇따라 한도 조정에 나선 상태다. 이들 보험사는 지난달 초 전체 보험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10%포인트(p) 안팎으로 일괄 낮췄다. 삼성화재가 한도 조정을 넘어 대출 중단까지 단행한 만큼, 손보사 중심으로 대출 상품 중단을 검토하는 보험사가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보험료 납입액이 큰 저축성보험, 종신보험 위주로 취급하다 보니 해약환급금 내 약관대출 비중이 커 이자 수익도 큰 편"이라며 "반면 손보사는 보장성보험 위주에 저해지 상품 비중도 커 사실상 이자 손익이 크지 않아 약관대출 취급 확대에 대한 실효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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