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전날인 28일 밤부터 120분간 생중계된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회는 '시민 안전'과 '부동산 주거 안정'을 둘러싼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이날 토론의 뇌관은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와 더불어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삼성역 GTX-A 철근 누락 사태'였다. 국토부와 감리업체는 이를 인지하고 장관에게 직접 보고했으나, 서울시 담당 본부장은 '자체 보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오세훈 시장에게 5개월간 보고하지 않은 것이 쟁점이 됐다.
정원오 후보는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을 '안전 불감증'으로 규정했다. 정 후보는 "오 후보는 아직도 삼성역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 시장이 안전을 가볍게 여기니 본부장도 별것 아니게 생각하고 6개월이나 보고를 누락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오 후보는 "전문가들이 보완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국토부도 인정해 90여 차례 시험운행을 마친 사안"이라며 "거기를 제가 가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 정 후보가 이를 선거용 소재로 쓰고 있다"고 맞받았다.
다만 정 후보는 이 사안을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소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큰 사고 전에는 수많은 작은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안전은 선제적 점검이 필수"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결코 선거용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시장 직속의 생명안전위원회를 신설해 모든 공사장의 안전 시스템을 원점에서 점검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면충돌…鄭 "36만호 어디 갔나" vs 吳 "박원순 탓, 389곳 복구 중"
집값과 직결된 주택 공급 문제에서도 두 후보는 팽팽하게 맞붙었다. 정 후보는 오 후보의 지난 선거 공약을 소환하며 공세를 펼쳤다. 정 후보는 "오 후보가 2021년 선거 당시 '5년 내 36만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국토교통부 통계상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착공 기준 공급은 3만9000호에 불과하다"며 "본인이 약속한 물량의 절반도 못 지켜놓고 왜 전임 시장과 정부 탓만 하느냐. 10만호 이상의 공공임대와 신혼부부 주택 등을 포함한 '착착개발'로 주거난을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어에 나선 오 후보는 전임 시정을 소환했다. 오 후보는 "전임(박원순) 시장 시절 389군데 정비구역을 해제해 버리고 제초제를 뿌려놓고 나간 것을 지금 원상 복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36만호는 구역 지정 물량을 목표로 했던 것인데 말을 비틀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행당7구역' 찌르자 정원오, '반포 덮개공원' 역공
이날 토론에서는 특정 지역구의 행정 절차를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오 후보는 정 후보가 구청장으로 재직했던 성동구 '행당7구역'을 겨냥했다. 오 후보는 "200억원 가치의 아기씨당(굿당)을 기부채납하도록 안내했다가 혼선을 빚었다. 조합장이나 굿당과의 유착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그렇게 결정된 것은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구청장 시절"이라며 "제가 취임한 뒤 오히려 '기부채납을 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설명해 바로잡은 사안이다.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정 후보는 행당7구역 어린이집 건립 지연에 따른 재정 손실(이자 7000만원)을 공무원 징계로 연결 지으려는 오 후보의 공격에는 "서울시가 기부채납 부지에 데이케어센터를 무리하게 원하면서 조합과 협의가 지연된 서울시의 책임도 크다"며 "더 나아가 반포주공1단지 덮개공원 문제는 정부 허가도 못 받아 공사도 못 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같은 사안인데 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맞받았다.
이날 120분간의 토론을 마친 4명의 후보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오 후보는 "서울을 세계 3대 도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검증된 경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 정권의 오만과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발판인 서울만큼은 꼭 지켜달라"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정원오 후보는 "구청장으로 일하며 주민 민원을 해결하고 정책을 실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삶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며 "타 후보들의 좋은 정책도 이어받아 시민의 불편을 덜어드리겠다. 투표를 통해 시민이 서울의 주인임을 알려달라"고 했다.
제3지대 후보들은 거대 양당을 향한 비판에 주력했다.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는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를 언급하며 "안전을 뒤로 미루는 거대 양당의 비겁한 정치를 끝내겠다"고 했고, 권영국 정의당 후보는 "노동자와 세입자 등 평범한 시민의 편을 드는 진보 정당이 계속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표해달라"면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