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최저임금, 사주는 법카로 슈퍼카”
||2026.05.28
||2026.05.28

이번 세무조사는 최근 기업 리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한 청년 구직자의 분노 섞인 폭로 글에서 촉발됐다. 해당 글에는 “직원들은 알바와 비슷한 최저임금에 수년째 연본 동결인데, 대표는 법카(법인카드)로 명품 두르고 스포츠카 타고 다니며 돈 자랑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취업 준비생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다.
정부는 고가 법인 차량을 이용한 변칙 탈세를 막기 위해 지난 2016년 전용 임직원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8000만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소위 ‘낙인 효과’를 노린 제도적 장치였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연두색 번호판이 오히려 ‘진정한 부의 상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고가 차량 구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 수는 제도 도입 직전인 지난해 3만3960대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다시 3만9429대로 급증했다. 이들은 연두색 번호판 부착 기준(8000만원)을 피하기 위해 매매가격을 낮춘 허위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가액을 축소 신고하는 편법을 썼다.
이번에 적발된 사주 일가는 초고가 슈퍼카를 업무용으로 등록한 뒤 자녀들이 유흥주점, 클럽, 골프장, 특급호텔 등을 방문하는 사적 용도로 이용했다. 그러고는 이를 숨기기 위해 운행기록부를 조작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 조사 대상 사주는 법인 명의로 총 8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3대를 취득해 온 가족이 전용차처럼 굴렸다. 이뿐만 아니라 미술품, 명품 의류, 보석류 등 고가 사치품과 백화점 상품권을 법인 신용카드로 지속해서 구매했으며 사주 일가가 거주하는 고급 단독주택의 수억원대 인테리어 비용과 수입 가구 구입비까지 법인 자금으로 처리했다.
자녀 회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겨주거나 자녀 자금 원천을 마련해주기 위해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업 자금을 부당 유출했다.
한 사주는 법인 명의로 고가 외제차 40여 대를 구입해 임직원과 배우자, 자녀에게 무상 제공한 것은 물론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 대금 약 200억원을 무상으로 대여해 이익을 분여했다. 이후 채굴기로 가상자산을 채굴해 부를 축적한 자녀는 해외금융계좌에 보유 중인 약 170억원에 대한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고가 차량 사적 사용 문제뿐만 아니라, 편법을 이용해 정당한 세금을 회피한 법인들의 악의적 탈루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문서감정)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매출 누락을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고의로 증빙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성실하게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법인의 부당한 자금 유출 및 편법적 증여 행위에 대해 지속으로 적극 모니터링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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