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믿고 감원했는데…테크기업 ‘AI 망상’ 경고등 켜졌다
||2026.05.28
||2026.05.28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기술업계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인공지능(AI)의 실제 자동화 범위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클라우드 콘텐츠 관리 기업 박스(Box) 창업자 에런 레비는 최근 기술업계 흐름을 두고 "CEO들이 집단적으로 AI 망상(delusion)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레비는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영진이 실제 현업과 거리가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AI 자동화 가능성을 과신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들은 AI로 인한 망상에 특히 취약하다"며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계약서 초안을 생성하는 수준만 보고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결과물을 생성한 이후에도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과정이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배포 전 코드 검토와 버그 수정, 존재하지 않는 라이브러리 호출 확인 같은 작업은 결국 숙련된 개발자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별 계약 조건을 반영한 모델 학습이나 계약서 내 숨은 조항을 검토하는 작업 역시 완전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기술업계의 대규모 감원 흐름과도 맞물린다. 레이오프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스.fyi에 따르면 2026년 들어 첫 5개월 동안 기술기업 152곳이 총 11만5430명을 감원했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275개 기업이 줄인 인원(12만4636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많은 기업이 AI를 감원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 둔화나 비용 절감을 AI 생산성 혁신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무 관리 플랫폼 클릭업(ClickUp)의 사례는 이런 논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젭 에번스 CEO는 내부 업무에 약 3000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뒤 전체 직원의 약 22%를 줄였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결과를 빠르게 검토하는 조직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며, 이른바 '100배 조직'(100x organization)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AI 도입이 곧바로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UC버클리 메타분석이 실린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는 AI 도입과 전체 생산성 향상 사이에 "견고한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연구소(NBER) 연구 역시 AI가 일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실제 측정 가능한 성과보다 체감 기대치가 더 큰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 현상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업무 대체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아직 제한적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 실험 결과, 상당수 작업에서 인간 수준 품질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발전 속도를 전제로 할 경우 2029년쯤 대부분의 텍스트 기반 업무를 최소한의 실무 품질 기준에서 80~95% 수준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인간보다 더 뛰어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 확산이 오히려 새로운 병목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린 연구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AI를 활용해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하게 될 경우,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경영진이 새로운 병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승인 대기 업무가 폭증하면서 조직 운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레비는 결국 경영진이 AI를 피상적으로 체험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CEO들이 AI를 정말 많이 사용해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AI의 가능성뿐 아니라 실제로 여전히 필요한 인간 노동의 범위도 함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기업들이 AI를 감원과 조직 재편의 핵심 논리로 내세우는 흐름 속에서, AI 과신이 오히려 새로운 조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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