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빛 활용해 반도체 성질 바꾸는 새 설계 원리 제시
||2026.05.28
||2026.05.28
신동빈 교수 이끈 한·중·독 국제 연구팀
거울 속 빛으로 반도체 전자 상태·전기적 제어
차세대 양자컴퓨터·저전력 반도체 응용 기대

(왼쪽부터)GIST 물리·광과학과 신동빈 교수, 중국 베이항대학교 페이저 탕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구조·물질동역학연구소 앙겔 루비오 소장.ⓒGIST
빛을 스위치처럼 활용해 하나의 반도체에서 다양한 양자 상태를 구현하는 새로운 설계 원리가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물리·광과학과 신동빈 교수가 이끈 한·중·독 공동연구팀이 거울 안에 가둔 빛을 이용해 반도체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바꾸는 새로운 광자장 기반 위상 제어 기법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빛과 물질이 강하게 결합하는 환경을 조성해 반도체 내부 전자의 움직임과 배열 방식을 결정하는 위상 상태를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연구는 기존처럼 강한 레이저를 지속적으로 쏘지 않고도 물질의 양자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차세대 양자컴퓨터와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에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양자컴퓨터와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강한 레이저를 이용해 전자 상태를 변화시키는 플로케 방식과 격자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비선형 포논 상호작용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강한 빛을 지속적으로 가해야 하기 때문에 열이 많이 발생하고, 변화된 상태도 매우 짧은 시간만 유지되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기존 연구들에서 구현된 상태는 수십 피코초 수준에 머물렀으며 강한 레이저 사용에 따른 열 손상 문제도 지적돼 왔다.
플로케(Floquet) 방식은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강한 레이저를 물질에 조사해 전자 구조와 위상 상태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광유도 제어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에서 강한 레이저를 비추는 대신, 빛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둬 물질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두 개의 거울 사이 공간인 광학 공동과 도파관 내부에 빛을 가둔 뒤 빛이 공간 안에 오래 머물며 물질과 강하게 결합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형성된 광자장은 단순히 물질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전자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물질의 성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광자장이 물질과 강하게 결합할 경우 초전도성이나 전하 밀도파와 같은 양자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연구팀은 이를 위상 상태 제어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물질인 수은 텔루라이드에 광자장을 형성한 뒤 양자전기역학 밀도범함수이론을 이용해 물질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빛의 방향과 세기를 바꾸면서 전자 구조와 원자 배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한 결과 광자장이 물질의 대칭성을 변화시키면서 전자 상태와 원자 구조를 함께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하나의 물질이더라도 광자장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위상 상태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실제로 평범한 반금속 상태였던 HgTe는 광자장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전기적 성질을 갖는 물질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HgTe가 ▲전자가 특정 선을 따라 이동하는 노달라인 반금속 ▲전자가 한 방향으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바일 반금속 ▲내부는 절연체지만 표면을 따라 전류가 흐르는 위상절연체 상태 등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같은 물질이라도 빛의 방향과 세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방식과 전자 특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결과가 하나의 소재에서 여러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현하는 차세대 가변형 전자소자와 양자소자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는 강한 레이저를 이용해 순간적인 상태 변화를 유도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광자장과 물질이 결합한 안정적인 환경 자체를 이용해 새로운 양자 상태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빛에 의한 비평형 전자 상태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전자의 흐름을 빛으로 제어할 수 있어 기존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하는 저항성 발열과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새로운 초저전력 구동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양자컴퓨터, 위상 양자소자, 초저전력 전자소자 등 미래 정보기술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신동빈 교수는 “연구는 외부에서 강한 레이저를 지속적으로 가하지 않고도 거울 안에 갇힌 빛과 물질의 양자적 상호작용만으로 전자 구조와 위상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광자장 기반 제어 기술은 위상 양자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새로운 설계 원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중국 베이항대학교 페이저 탕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 구조·물질동역학연구소 앙겔 루비오 소장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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