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규제망 들어온 가상자산… “또 그림자 규제?” 업계 난감
||2026.05.28
||2026.05.28
정부가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동을 외국환거래법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했다. 환치기와 자금세탁 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책임과 규제 부담만 확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6월 2일 공포되며,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오는 12월 초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이 외국환거래법상 ‘가상자산이전업’으로 규율 대상에 편입됐다는 점이다. 해당 업무를 영위하는 경우,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미리 등록하고, 이전 시에는 관련 정보를 한국은행 외환 전산망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 확산으로 국경 간 거래 방식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불법 외환거래인 이른바 ‘환치기’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 자금세탁 목적의 우회 송금 등 외환 규제 사각지대가 커지자 이를 관리·감독 체계 안으로 편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가상자산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악용한 불법 외환거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리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실제 관세청은 최근 5년간 약 13조7368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이용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하기도 했다.
심원태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사무관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국경 간 이전이 활발하고 대외 지급 수단으로 활용될 잠재성이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건전한 운영 기반 마련한 의미 있는 제도화”라고 평가했다.
개정안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등록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수탁업 등이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구조상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금 자체를 사전에 사업자가 차단하기 어려워 사실상 대부분의 가상자산사업자가 등록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업계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에 더해 재정경제부 등록의 이중 진입규제, 감독·검사 권한의 다층화와 형사처벌 및 행정제재까지 강화되면서 사업자의 법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 세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특성상 거래 상대방의 신원과 거주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어떤 거래를 국경 간 거래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메타마스크 등 비수탁형 지갑 처리 방식과 입고 거래에 대한 사업자 면책 범위 역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자체보다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구조라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어떤 거래가 신고 대상이고, 어떤 경우 처벌로 이어지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가 자체 해석만으로 업무를 추진하기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 디지털자산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모든 절차 위반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고 부당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경우가 부당한지, 특히 단순 투자 수익이나 세금 절감 목적도 부당한지, 신고 회피를 통한 거래 편의 확보나 거래비용 절감 역시 재산상 이득에 해당하는지 등 향후 구체적 판단 기준을 놓고 첨예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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