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놓고 기관·업계 공방…“원칙적 제한” vs “유연한 적용”
||2026.05.27
||2026.05.27
한국거래소가 27일 개최한 중복 상장 제도 개선 3차 세미나에서는 자회사 중복 상장 규제 방향을 둘러싸고 시장 참여자들 간 의견 충돌이 이어졌다. 일반 주주 보호 강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제 규제 강도와 적용 방식에서는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기관투자자 측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증권업계와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업계는 벤처·지주회사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일반 주주 보호 장치를 어디까지 의무화할지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 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찬반 의결·통지 ▲공시 등 5가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독립 사외이사 중심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주주 영향 평가의 객관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 측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중복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원칙적 제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이사회 자율에 맡기기보다 소수 주주 다수결(MoM) 등 실질적인 주주 동의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임 대표는 “한국은 지배 주주 지배력이 강한 구조인 만큼 자율적 이사회만으로는 일반 주주 보호에 한계가 있다”며 “신규 중복 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도 “한국은 재벌 중심 지배 구조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해외보다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VC·PE 업계와 증권업계는 일률적인 규제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벤처·중견기업이나 순수지주회사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할 경우 투자 위축과 자금 조달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VC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시장이 가장 중요한데 중복 상장 규제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벤처·중소·중견기업에는 예외 조항이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도 “순수 지주회사의 자회사 상장은 별도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상당수 대기업이 순수 지주회사 구조인 만큼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측에서는 규제의 법적 근거와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MoM이나 3%룰 등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는 만큼 과도한 규제는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주주 보호와 시장 현실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위원회 설치와 독립적 심사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반 주주 동의 절차 의무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현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역시 해외 상장 사례와 벤처·지주회사 구조 등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벤처·중견기업이라고 해서 주주 보호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현재 시장 의견을 수렴 중이며 7월 시행을 목표로 최종안을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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