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만 100번”… 빈 살만,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압박에 분노
||2026.05.27
||2026.05.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참여를 압박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의 중재 아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협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를 사우디 등 다른 중동 국가로 확대하려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란 종전 협상과 맞물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주요국 정상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아브라함 협정 체결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는 이 제안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
한 소식통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통화 이후 더욱 격분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 ‘노(NO)’라고 100번은 말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같은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부친 세대와 달리 팔레스타인 문제를 사우디의 핵심 국익 사안으로 여기지 않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과의 방위 조약 체결을 조건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검토한 바 있다. 당시 협상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한 확약을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사우디와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현재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하기 위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일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가자 전쟁과 이란 전쟁을 거치며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사우디의 태도도 한층 강경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이란 전쟁은 이란이 중동의 위협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키는 동시에, 이스라엘 역시 미국을 분쟁에 끌어들이는 위험 요인이라는 인식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해 “전형적인 트럼프식 접근”이라며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사우디와 군사 동맹을 체결한 파키스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아브라함 협정 참여에 사실상 선을 그은 상태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최근 현지 방송 사마(SAMAA)TV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국가의 근본 이념과 충돌하는 어떤 협정에도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67년 이전 국경선을 기준으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시프 장관은 “하루도 믿기 어려운 발언을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마주 앉을 수 있겠느냐”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인도 방송 NDTV는 아시프 장관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강하게 반대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가 지난달 이스라엘을 “인류의 저주”라고 표현하며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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