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분기에 예비비 958억 사용… 기본사회·진실화해·빛의위원회에 230억
||2026.05.26
||2026.05.26
정부가 올해 예산에 ‘예비비’로 편성된 액수 중 958억원을 1분기에 부처별로 어느 사업에, 얼마씩 쓰겠다는 내용을 담아 국회에 제출한 명세서를 26일 조선비즈가 단독 입수했다. ‘분기별 예비비 사용 계획 명세서’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비비는 예산을 편성할 때 예측하기 불가능했던 긴급한 지출에 대비한 비상금이다. 그해 총액으로 편성되고 다음 해 국회 승인을 받는 방식이라 ‘깜깜이 예산’ ‘정권의 용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분기별 예비비 사용 계획’ 첫 국회 제출
26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인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이 정부에서 제출받은 ‘예비비 사용 계획 명세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총 958억525만원가량의 예비비 사용 계획이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장관은 예비비 사용 계획 명세서를 대통령 승인을 받은 뒤 분기별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올해 2월 국가재정법에 신설됐다.
1분기 예비비 사용 계획 중에 이번 정부 들어 새로 출범한 각종 위원회 설치·운영과 관련된 액수가 230억원에 이른다. ▲기본사회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설치·운영 경비 168억6800만원 ▲빛의위원회 설치·운영 경비 48억5100만원 ▲빛의 인증서 신청 시스템 개선 3억6800만원 ▲진실화해위 운영 경비 9억9100만원 등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복귀하기 위한 비용도 1분기 예비비로 집행됐다. 청와대 노후 부속 시설 환경 정비 비용으로 33억3100만원이 편성된 것이다. 이 밖에 각종 특검팀 운영에 258억4800만원이, 올해 새로 설립된 국회기록원에 47억 5500만원의 예비비가 편성됐다. 또 대미(對美)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산업통상부 ‘한미 전략적 투자 임시 추진 체계’ 운영 비용에도 예비비가 투입됐다.
◇ 금액 4000만원 틀리고 지출 필요성 확인하기 어렵고
헌법상 예비비는 총액으로 국회의 의결을 받고, 실제 지출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받는 구조다. 정부의 긴급 지출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세부 내역에 대한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법에 ‘분기별 예비비 사용 계획 명세서 제출’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예비비 사용 계획 명세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재정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액수가 맞지 않는 부분이 나왔다.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예비비 합계가 명세서에 두 차례 등장하는데 하나는 85억9910만원으로, 다른 하나는 85억5910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4000만원 차이이기는 하지만, 국회에 제출하는 재정 관련 문서에 이런 수치 오류가 생기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또 예비비 사용 대상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눈에 띈다. 예비비는 예산 편성 때 예측이 불가능했고, 지출 필요성이 시급하며, 기존 예산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데다, 해당 회계연도 내에 집행이 가능한 사업에 한정해 쓸 수 있다. 이런 규정을 국가재정법에 둔 이유는 예산 집행을 엄격하게 하라는 취지다.
명세서에는 대부분 사업명과 항목별 금액, 한 줄짜리 내역만 담겼다. 예컨대 빛의위원회 예비비 중에 인증서 발급, 부상품 수여, 행사·홍보비를 묶어 44억원이 배정됐는데, 이것만 봐서는 예측 불가능이나 지출 필요성 요건을 확인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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