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인수 후 달라진 스타벅스… 수익성 ‘뚝’·검수 시스템 ‘흔들’
||2026.05.24
||2026.05.24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이 단순한 마케팅 사고를 넘어 신세계그룹 체제 이후 누적돼온 브랜드 관리 부실과 검수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서머 캐리백’ 리콜 사태와 올해 가습기 리콜 사태, 최근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까지 잇따르면서 신세계그룹의 외형 성장과 운영 효율 중심 전략이 기존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5·18 ‘탱크데이’ 논란… 대표 해임·정용진 사과에도 불매운동 확산
23일 유통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해 논란에 휩싸였다. 신세계그룹은 당일 행사를 중단하고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를 해임했다. 다음 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으며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무자 실수 수준을 넘어 스타벅스 브랜드 가치와 내부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신뢰가 흔들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서머 캐리백’ 리콜 사태다. 당시 여름 e-프리퀀시 증정품으로 제공된 캐리백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특히 회사가 관련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회수와 공지에 나서지 않았다는 ‘늑장 대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스타벅스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 경영진이 문제를 인지한 이후에도 약 15만개의 캐리백이 추가 배포됐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논란은 결국 송호섭 전 대표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샌드위치 내용물 부실 논란, 음료 내 플라스틱 이물질 발견 등 품질·위생 문제가 반복됐다.
스타벅스는 이후 e-프리퀀시 굿즈 검증 강화와 품질 관리 개선을 강조해왔지만 올해 초 겨울 e-프리퀀시 증정품 가습기에서 배터리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 신고가 접수되며 39만여개 전량 리콜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리콜 보상 비용만 약 118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흡한 검수 시스템과 관리 실패… 신세계 인수 이후 프리미엄 가치 약화
업계에서는 이번 ‘탱크데이’ 논란 역시 이 같은 누적된 관리 실패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단위 프로모션에서 ‘책상에 탁’, ‘탱크데이’ 같은 표현이 그대로 사용됐다는 점 자체가 기본적인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2021년 신세계그룹 중심의 독자 경영 체제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997년 신세계그룹과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 합작법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 분할 과정에서 이마트 소속으로 편입됐다.
결정적 변화는 2021년 이마트가 미국 스타벅스 본사 보유 지분 17.5%를 추가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마트는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분 67.5%를 보유하게 됐고, 나머지 32.5%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계열사가 보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명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 ‘SCK컴퍼니’로 변경됐고, 사실상 신세계 중심의 독자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을 기점으로 스타벅스의 브랜드 운영 방식과 방향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과거 스타벅스는 고객 이름을 직접 부르는 ‘콜링 서비스’, 매장 경험 중심 운영, 제한적인 할인 정책 등 미국 본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철학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신세계 체제 이후에는 운영 효율과 외형 성장 중심 전략이 강화됐다. 2023년 말 일부 매장에 진동벨이 도입됐고, 지난 2025년에는 배달의민족 입점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일부 매장에 키오스크도 설치됐다. 주문 처리 효율과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고객과의 직접 소통과 아날로그 감성을 중시해온 스타벅스 특유의 브랜드 경험은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스타벅스의 외형 성장은 빠르게 이뤄졌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은 2019~2020년 1조8000억~1조9000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5년 3조2380억원까지 확대됐다. 2019~2020년 매출 수준과 비교하면 70% 안팎 성장한 셈이다. 매장 수도 2025년 기준 2115개까지 늘었다.
반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영업이익은 신세계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른 2021년 239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224억원까지 급감했다. 이후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5년에는 1730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이는 전년 1908억원 대비 9.3% 줄어든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매장 확대에 따른 카니발라이제이션, 즉 자기잠식과 굿즈·프로모션 중심 전략 강화가 수익성 둔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스타벅스는 최근 수년간 e-프리퀀시와 협업 굿즈 마케팅 비중을 크게 키워왔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브랜드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과거 한정판 상징이었던 굿즈 행사는 지나치게 잦아졌고 일부 제품은 재고 처리와 할인 판매 논란까지 겪었다.
국내 커피 시장 경쟁 심화도 영향을 미쳤다. 메가커피·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는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고 투썸플레이스와 폴 바셋 등은 오히려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스타벅스는 과거처럼 압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지도, 저가 브랜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도 못한 채 포지션이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 스타벅스는 ‘비싸도 가는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굳이 스타벅스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며 “브랜드 경험과 품질 신뢰가 흔들리면 스타벅스의 핵심 경쟁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스타벅스는 원래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장한 브랜드였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느 시점부터는 대중화와 확장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장 수가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과거와 같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신세계 체제 이후 스타벅스도 확장 중심으로 전략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출 확대를 위해 마케팅과 굿즈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확대했지만 품질 관리와 검수 시스템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굿즈 대중화와 반복적인 이벤트 운영 속에서 관리 부담이 커졌고 실무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걸러줘야 할 중간 관리자와 내부 검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용진 회장이 과거 ‘멸공’ 발언 등 정치적 이미지 논란을 겪었던 만큼 소비자들이 이번 사안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며 “대표 해임 같은 인사 조치만으로는 논란을 수습하기 어렵고, 결국 오너가 직접 움직이며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5·18 관련 교육이나 콘텐츠 지원 등 역사 인식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소비자 신뢰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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