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녀 감시앱 통화 녹음, 상대방 동의 없으면 불법”
||2026.05.22
||2026.05.22
부모가 자녀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에 감시용 프로그램을 설치했더라도, 통화 녹음 기능이 있다면 위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녀와 통화한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청취하는 것은 제3자 감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박운삼)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 B씨에 대해서는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관련 업체 대표, B씨는 직원으로, 이들은 2019년 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6008명에게 불법 감청 프로그램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프로그램은 감시자가 사용하는 ‘부모용 앱’과 피감시자 휴대전화에 설치되는 ‘자녀용 앱’으로 구성됐다. 자녀용 앱이 설치되면 GPS 위치 정보와 문자 메시지, 통화 내용 등이 자동으로 감청·저장·녹음됐고, 관련 데이터는 업체 서버로 전송돼 부모용 앱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자녀 감시 목적뿐 아니라 배우자의 외도 감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모집은 주로 흥신소 등을 통해 이뤄졌다.
A씨 등은 재판에서 “감청 기능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판매했을 뿐, 실제 위법 행위를 한 것은 고객”이라며 감청을 부추기거나 직접 실행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프로그램 구매자가 피감시자의 동의를 받아 자녀용 앱을 설치했더라도, 통화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 내용을 녹음·청취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설령 피감시자가 자녀이고 감시자가 부모라고 하더라도,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은 제3자의 감청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전제로 “이 프로그램의 판매는 고객의 위법 행위에 기능적으로 필요불가분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불법 행위를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위법 행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프로그램 유포 기간이 약 6년에 이르는 장기간인 점, 서버에 저장된 통화 내역만 12만2922개에 이르는 점, 프로그램 판매로 얻은 수익이 33억 원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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