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16단 넘자...메모리 3사, 하이브리드 본딩 전환 가시화
||2026.05.22
||2026.05.22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HBM(고대역폭메모리)이 16단을 넘어서면서 패키징 본딩 기술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열압착(TC) 본더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장비 공급망에도 하이브리드 본딩(HCB) 도입을 염두에 둔 변화 흐름이 감지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3사는 HBM4 또는 그 이후 세대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BM 적층 단수가 16단을 지나 그 이상으로 향하면서 기존 본딩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가 부담이 커 당분간은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Advanced MR-MUF)' 공정과 병행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장비업계 준비 양상도 이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현재 HBM용 TC본더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물량을 사실상 독점해 왔고, 최근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 신규 공급사로 진입한 상태다. 하이브리드 본더 영역에서는 글로벌 패키징 장비사인 ASMPT와 BESI가 이미 파운드리향으로 공급 이력을 쌓아 왔다. 향후 메모리사가 어떤 시점에 어떤 장비사를 양산 파트너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급 구도가 조정될 여지가 있다.
기술 전환의 핵심은 칩과 칩을 붙이는 방식에 있다. 기존 TC본딩은 칩 사이에 마이크로 범프(작은 돌기 형태의 접합부)를 두고 열과 압력을 가해 붙이는 방식이다. 단순하고 안정적이지만, 범프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칩을 쌓을수록 두께가 두꺼워지고 신호 전달 거리도 길어진다. HBM 적층 단수가 늘어날수록 한계가 드러나는 구조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 없이 구리와 절연막을 직접 맞붙이는 방식이다. 칩 두께를 얇게 가져갈 수 있어 같은 높이에 더 많은 단을 쌓을 수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 발열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두 면을 원자 단위로 평탄하게 가공해 결합해야 하므로 수율 확보가 까다롭다.
이 같은 흐름은 SK하이닉스 기술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김종훈 SK하이닉스 기술리더는 지난 4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반도체 컨퍼런스에서 12단 HBM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는 기술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양산 단계 수율은 2년 전과 비교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원가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어, 16단 HBM3E까지는 MR-MUF 공정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장비사별 대응 방향도 갈리는 모습이다. 한미반도체는 기존 TC본더 강자로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 진입을 발판 삼아 차세대 장비 라인업 확대를 모색하는 흐름이다. ASMPT와 BESI는 파운드리향 공급 경험을 기반으로 메모리향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1차 양산 파트너 선정이 이후 수주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베이스 다이(HBM 최하단의 로직 칩) 변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베이스 다이 제조를 TSMC에 맡기는 협력 구도를 가져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HBM4에서 처음 도입된 베이스 다이 외주에 따른 양산 안정화 지연이 HBM4E에서는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후공정 가치사슬의 일부가 대만 측에서 처리되는 만큼, 국내 장비사 수혜 범위도 이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본딩 기술 전환은 단기에 일괄적으로 이뤄지기보다 세대별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유진투자증권은 2027년 HBM 가격 협상이 범용 디램·낸드 이익률을 감안해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사 수익성이 본딩 기술 전환 시점의 양산 안정화 속도와 맞물리는 만큼, 장비 공급망 흐름도 같은 시계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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