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틀라스 2만5천대 투입 구체화… 노사 ‘로봇 갈등’ 커지나
||2026.05.21
||2026.05.21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대규모 생산 현장 투입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대량 생산 체계와 핵심 부품 공급망까지 함께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로봇 전환 전략에 속도를 내면서 노사 간 ‘로봇 갈등’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노조는 고용 구조 변화 가능성을 이유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그룹은 실증과 양산 체계를 동시에 추진하며 로봇 상용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를 미래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축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웨스틴 보스턴 시포트 디스트릭트에서 로보틱스 전략을 주제로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이상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실증 단계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룹이 밝힌 투입 규모는 앞서 제시한 연간 3만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 체계 구축 계획의 83%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시험 적용을 넘어 생산 현장 내 상시 운영 체계 구축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기아도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 일정을 공개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28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우선 배치한 뒤,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사장은 초기 1~2년은 미국 생산 거점에 집중 투입해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안전성을 검증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른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틀라스 대량 생산 체계에 맞춰 핵심 부품 내재화도 함께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35만개 이상의 액추에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2028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모비스가 생산을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그룹이 핵심 부품 내재화와 대량 생산 체계를 통해 아틀라스 생산 비용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술 고도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9일 공개된 영상에는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23킬로그램(㎏) 무게의 소형 냉장고를 들어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아틀라스는 냉장고를 들어 이동한 뒤 다시 내려놓는 작업을 연속 동작으로 수행했다. 반복 동작 중심의 기존 산업용 로봇을 넘어 복합 작업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노사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AI·로보틱스 도입 과정에 대한 노조 협의 의무화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노조 협의를 의무화하는 단체협약 조항 신설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로보틱스의 현장 투입이 본격화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기존 자동화 설비가 특정 공정에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휴머노이드는 이동성과 범용성을 바탕으로 조립·운반·검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노조는 “노조 허락 없이는 1대의 로봇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단순 인력 대체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복적이고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지원해 생산 효율과 작업 안전성을 높이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전기차 생산 확대와 다차종 혼류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존 고정형 자동화 설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화 설비가 특정 공정 중심이었다면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작업 영역 자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다르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성 경쟁 때문에 로봇 도입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지만 노조는 고용 구조 변화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갈등도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미래 생산 체계를 둘러싼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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