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교수 “AI 리더의 지속가능성은 심리적 회복력에서 나온다”
||2026.05.21
||2026.05.21
“완벽주의가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네버 이너프(Never Enough)’라는 감각이다.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마치 24시간 사자에게 쫓기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조준희, 이하 KOSA)가 20일 삼정호텔에서 개최한 ‘제37회 런앤그로우 포럼’에서 AI·SW 산업 리더들이 직면한 번아웃과 심리적 압박의 본질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기술 경쟁과 성과 압박이 일상이 된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성과 관리가 아니라 ‘심리적 회복력’과 ‘굿라이프(Good Life)’에 대한 재설계라고 말했다.
이날 런앤그로우 포럼에는 국내 주요 AI·SW 기업 대표와 임원진 등 업계 리더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인공지능 데이터·솔루션 전문기업 플리토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날 강연에서 최 교수는 ‘AI·SW 리더의 굿라이프’를 주제로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 리더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구조를 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조직과 구성원, 시장의 기대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성과를 향한 압박이 지속되면 스스로를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네버 이너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간의 스트레스 구조를 설명하며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의 저서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를 언급했다. 그는 “얼룩말은 사자에게 쫓기는 순간에만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지만, 인간은 미래의 불안과 성과 압박 때문에 하루 종일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며 “AI·SW 산업 리더들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실제 위협보다 ‘생각의 프레임’이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얼굴에 흉터가 있다고 믿게 만든 실험 참가자들이 주변의 모든 반응을 차별로 해석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스스로 만든 인식의 틀이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리더들이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성공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3G’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노력 이상의 변수와 타인의 도움을 인정하는 ‘그레이스(Grace)’, 두 번째는 예기치 못한 환경적 요인을 받아들이는 ‘굿럭(Good Luck)’, 세 번째는 주변에 대한 ‘감사(Gratitude)’다.
그는 투자의 대가 찰리 멍거의 일화를 소개하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성공을 오직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실제 인생에는 운과 환경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리더는 자신의 최선을 다하되 모든 결과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압박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더들이 일 중심의 자아에만 몰입하다 보면 삶 전체가 성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나, 개인으로서의 나를 함께 유지하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직 운영의 핵심으로는 ‘페이스메이커형 관계’를 제시했다. 최 교수는 나이키의 ‘브레이킹2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마라톤 2시간 벽을 깨는 과정에서도 선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함께 뛰어준 페이스메이커들의 역할이 있었다”며 “좋은 조직은 나만 지원받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는 드림팀”이라고 말했다.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의 연결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교수는 “행복과 스트레스는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몸과 분리될 수 없다”며 “몸에 힘이 생기면 마음에도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바쁜 리더일수록 운동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관계 형성이 심리적 회복력의 핵심 기반이라고 조언했다.
KOSA의 런앤그로우 포럼은 AI·SW 업계 리더들이 산업 현안과 경영 전략을 공유하고 회원사 간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정기 교류 프로그램이다.
다음 런앤그로우 포럼은 오는 7월 22일 개최하며,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가 연사로 나서 ‘AI를 통한 비즈니스 가치창출’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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