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식 vs 일체형...휴머노이드 ‘배터리 표준’ 경쟁 본격화
||2026.05.20
||2026.05.20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올해 휴머노이드 양산 원년을 맞아 로봇용 배터리 공급 방식이 '교체식(스왑)'과 '일체형(고에너지밀도)' 두 진영으로 갈리고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두 진영 모두에 대응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올해 1만3000대에서 2030년 50만대, 2035년 400만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탑재될 휴머노이드 배터리는 한번 충전으로 평균 2~4시간 작동한다. 하지만 보행과 들기 등 고부하 작업이 이어질 경우 실제 가동 시간은 1~2시간으로 줄어든다. 산업 현장의 근무 교대 기준이 8~12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 노동력 대체를 위해서는 가동 시간 확보가 중요 과제다. 이 문제를 푸는 두 가지 해법이 곧 배터리 공급 방식의 갈림길이 됐다.
교체식은 배터리를 빠르게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공장과 물류센터 등 24시간 가동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적합한 구조다. 주요 기업들이 내놓은 로봇 사양을 보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는 3분 이내 자율 스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앱트로닉 아폴로는 5분 이내 배터리 교체와 핫스왑을 지원한다. 중국 진영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유니트리 H1/G1은 30초 퀵릴리즈를, 아지봇(AgiBot) A2 시리즈와 유비테크 워커S는 핫스왑을 채택했다.
반면 일체형은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쓰는 방식이다. 교체식과는 달리 가정·서비스 환경에서 잦은 배터리 교체를 피하고 충전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설계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2.3kWh 배터리에 표준 120V 콘센트 기준 2~2.5시간 완충 사양으로 자율 충전 도킹을 개발 중이다. 피규어AI의 F03은 2.3kWh에 2kW 고속 충전과 능동 냉각 시스템을 갖췄고, 1X 테크놀로지스 네오(NEO)는 자율 도킹으로 1시간 충전 시 6분 사용량이 채워지는 구조다.
두 진영의 분기점은 '운영 환경'에 있다고 키움증권은 분석했다. 24시간 풀가동 환경에서는 다운타임 최소화를 위해 예비 배터리 1~2개를 함께 운영하는 교체식이 합리적이며, 가정·상업용에서는 단일 배터리의 가동 시간을 늘리는 고에너지밀도 일체형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로봇 1대당 실제 배터리 수요도 탑재 용량(2.5kWh) 자체보다 교체분과 예비팩을 합친 6~7kWh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하이니켈로 갈리는 K-배터리 3사의 대응
이같은 배터리 표준 이원화는 배터리 화학 구성에서도 갈래를 만든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중·단기적으로는 하이니켈 삼원계와 실리콘 음극재 채택률이 올라가고,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전지가 휴머노이드용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리튬인산철(LFP)은 에너지 밀도와 전압이 낮고 셀 크기가 커 약 52V를 요구하는 휴머노이드 구조에 불리하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양 진영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꺼냈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6에서 전고체 브랜드 '솔리드스택(Solid Stack)'을 공개하고 로봇 가동 시간을 8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산 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유지했으며, 전기차보다 휴머노이드와 고고도 플랫폼(HAPS), 드론을 우선 적용 시장으로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SK온은 2029년 전고체 양산 로드맵을 제시했다.
상용 라인업도 이미 가동되고 있다. SK온은 인터배터리 2026에서 현대위아의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에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해 1회 충전으로 최대 8시간 운행 가능한 사례를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전자의 차세대 홈 로봇 'CLOiD'에 배터리를 탑재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옵티머스 밸류체인의 배터리 부품사로도 추정된다.
오는 2030년 글로벌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수요는 3~8GWh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같은 해 14GWh, 2035년에는 100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으며 이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가 74.2GWh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 대비 절대 규모는 작지만, 휴머노이드는 사용 패턴상 충방전 사이클이 EV보다 짧아 교체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로 그만큼 선점이 중요한 상황이다.
관건은 2027~2028년이다. 테슬라는 2026년 7~8월 옵티머스 생산 개시 후 2027년 본격 램프업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8년 연 3만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삼성SDI의 전고체 양산 시점(2027년 하반기)이 휴머노이드 양산 본격화와 맞물리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 3사가 어느 진영의 표준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수주 판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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