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노사, 성과급·AI로봇 갈등 동시 분출… 임단협 난항 예고
||2026.05.19
||2026.05.19
현대자동차·기아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성과급과 인공지능(AI)·로보틱스 도입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에 걸맞은 성과 배분과 기술 도입 과정에서의 고용 안정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협상이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미래 제조 경쟁력을 둘러싼 노사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교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전 조합원 출정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 교섭 체제에 돌입했다. 기아 노조 역시 임시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사측과 협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협상의 핵심 쟁점은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AI·로보틱스 도입 과정에서의 고용 안정 문제다.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공통적으로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이 조합원들의 기여로 이뤄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성과 배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자사주 지급 확대, 출산장려금 1억원 인상 등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여기에 29대 노조 집행부 특별성과급 1000만원 즉각 이행, 광주공장 대형버스 그랜버드 지속 생산, 광주 3공장 고용 안정 문제 등도 요구하고 있다.
양사 노조는 현재까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3차 교섭을 진행한 현대차 노조는 사측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요구안의 근거가 충분하고 사측의 수용 능력도 있는데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최대 실적은 4만 조합원의 결과물인 만큼 요구안을 수용해야 한다”며 “사측은 별도 요구안 논의를 사실상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과급 외에도 AI와 로보틱스 도입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노조는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 과정에서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노조 협의를 의무화하는 단체협약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로보틱스의 현장 투입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노조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노조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생산라인 운영과 미래차 투자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은 생산 효율화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관련 의사결정이 노사 협의 구조에 묶일 경우 기업의 경영 유연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 중인 로보틱스 사업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위한 실증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기술 도입 시점 자체가 향후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생산 체계 격차가 한번 벌어지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며 “AI와 로보틱스 도입 속도가 생산성과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전환이 늦어질 경우 미래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도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노조의 수위 높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노무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선 상태다. 그룹은 정책개발실장을 기존 부사장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최준영 기아 사장을 정책개발실장으로 이동시켰다. 정책개발실은 그룹의 노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사를 두고 그룹이 올해 임단협을 예년보다 무겁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 임단협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올해는 노조의 요구 수위가 높아진 데다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임단협 차질은 미국의 관세 강화, 글로벌 경기 둔화, 전기차 수요 정체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맞물려 현대차그룹의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임단협이 임금과 복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생산 체제 전환까지 협상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며 “올해 협상 결과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생산 전략과 노사 관계 방향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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