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외형 확장에 발목 잡힌 휴온스그룹… 반등 여지 있을까?
||2026.05.19
||2026.05.19
휴온스그룹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익은 급감했다. 그동안 제약·에스테틱·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보툴리눔 톡신·백신 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그룹의 외형 확장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휴온스그룹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70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64.1% 급감했다. 매출 감소 폭보다 이익 감소 폭이 훨씬 컸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기 부진보다는 그룹 내부의 비용 구조와 사업 재편 부담이 동시에 드러난 실적으로 해석된다.
부진의 중심에는 핵심 사업회사인 휴온스가 있다. 휴온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419억원, 영업손실 6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지만, 영업손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향 수출 일시 중단, 연속혈당측정기 사업 종료, 일부 수탁 생산 물량 감소가 겹친 데다 미국 내 유통 제품에 대한 선제적 리콜 비용 53억원이 판매보증비로 한꺼번에 반영된 영향이다. 연구개발비도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117억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번 실적 악화가 단순한 일회성 비용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휴온스그룹은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외형 성장을 추구해왔다. 전문의약품과 수탁생산을 기반으로 하던 휴온스는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 백신 유통으로 보폭을 넓혔고, 휴메딕스는 필러·점안제 중심에서 스킨부스터와 화장품 유통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보툴리눔 톡신의 해외 진출을 추진했고, 휴엠앤씨는 화장품·의약품 부자재 사업을 키워왔다. 외형 확장 자체는 성장 기업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1분기 실적은 여러 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성 관리와 품질·규제 대응력이 뒤따르지 못하면 그룹 전체 이익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휴온스의 경우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일부 축이 빠르게 꺾였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업 종료는 새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디지털·의료기기 사업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향 수출 차질과 리콜 비용은 해외 시장 확대 과정에서 품질관리와 규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국 수출은 매출 성장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규제 문턱이 높고 사후 관리 비용이 크다. 제품 통관이나 리콜 이슈가 발생하면 단순히 해당 품목 매출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보증비와 신뢰도 하락, 영업 공백까지 연결될 수 있다.
에스테틱 계열사 휴메딕스도 그룹 실적을 완전히 떠받치지 못했다. 휴메딕스는 1분기 개별 기준 매출 405억원, 영업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회사는 세포외기질(ECM) 기반 스킨부스터 ‘리투오’의 학술 마케팅, 화장품 유통채널 다각화, 일회용 점안제 수주 증가가 매출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절염치료제 등 일부 전문의약품 판매 감소, 국내 에스테틱 기업 간 경쟁 심화, 필러와 보툴리눔 톡신 성장 둔화, 지급수수료와 인건비 등 판관비 증가가 수익성을 눌렀다.
이는 휴온스그룹의 성장 전략이 ‘더 많은 사업’으로는 이어졌지만, 아직 ‘더 높은 이익’으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테틱 시장은 성장성이 크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필러와 톡신은 과거처럼 고마진을 쉽게 보장하는 시장이 아니다. 국내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신제품 마케팅 비용과 유통 수수료가 늘어나면 매출은 유지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휴메딕스의 1분기 실적은 신제품과 유통망 확대가 외형을 방어했지만, 비용 부담을 상쇄할 정도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셈이다.
그룹 차원의 구조 개편도 당장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휴온스는 휴온스생명과학과의 소규모 합병을 통해 내용고형제 생산능력 확보와 사업 구조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 효율화와 판관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재편 비용과 조직 통합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업을 넓힌 뒤 다시 합치고 조정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외형 확장의 후유증이다. 여러 계열사가 각자 성장동력을 찾는 동안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생겼고, 이를 다시 정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휴온스그룹의 성장 둔화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1분기 실적에는 리콜 관련 비용처럼 일회성 성격이 강한 요인이 포함돼 있다. 이 비용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2분기 이후 영업이익은 기저효과를 받을 수 있다.
휴온스는 사노피 한국법인과 백신 5종의 국내 유통·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4월 1일부터 인플루엔자 백신, 성인용 Tdap 백신, A형간염 백신, 수막구균 백신 등의 유통과 영업을 맡기로 했다. 백신 사업은 1분기 실적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매출 보완 요인이 될 수 있다.
휴온스바이오파마의 보툴리눔 톡신 중국 진출도 반등 카드로 꼽힌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휴톡스 허가를 받고 중국 협력사 아이메이커를 통한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톡신 시장은 규모와 성장성 면에서 매력적이지만, 현지 판매망 구축과 브랜드 안착, 반복 주문 여부가 확인돼야 실적 기여도를 판단할 수 있다. 허가와 초도 물량 출하는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그룹 실적을 바꿀 만큼의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온스그룹의 1분기 실적은 성장 둔화의 확정 신호라기보다, 외형 확장 전략이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랐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동안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며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올해 1분기에는 핵심 자회사 휴온스가 적자로 돌아섰고, 휴메딕스도 매출 방어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줄었다.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 사업이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지, 신사업이 기존 사업의 이익 감소를 메울 수 있는지다.
업계 관계자는 “휴온스그룹의 1분기 부진은 리콜 비용이라는 일회성 요인만으로 보기에는 사업별 둔화 신호가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백신 유통, 중국 톡신, 생산 효율화가 실제 숫자로 확인되면 반등 여지는 있지만, 무리하게 넓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정비하지 못하면 성장 둔화 우려는 계속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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