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욱 더감 대표KAIST 박사, 전자파 에너지 회수 기술 개발‘데스밸리’ 넘기 위해 주 4~5회 사무실 취침기존 업계, 차폐 케이블로 전자차 차단 주력‘왜 에너지 버려지는 것 당연히 여기지’ 의문유도자석 통한 에너지 수확 원리 전기차 적용주행거리 5~10% 늘려…세계 첫 상용화 기술선도자에 매출 요구·정부 인정등급 없어 고충“전자파 회수 신재생에너지 세계표준 만들 것” “저는 전기차의 모터·인버터에서 손실이 나는 에너지를 배터리로 다시 돌려보내 재활용하는 상용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이점은 커녕 매출이나 검증(레퍼런스)만 따지는 사회 풍토에다 정책적으로 새로운 인증 등급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실용화까지는 우여곡절이 많네요.” 전기차 에너지 재활용 기업인 ‘더감(DEOGAM)’의 김진욱 대표는 18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왜 전기차의 에너지가 버려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라는 의문을 오래 품었다”며 “해롭다고 여기는 전자파도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점에 주목해 에너지로 재회수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모빌리티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22년 혁신적인 에너지 수확 기술에 특화한 더감을 창업해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TIPS)을 받고 환경부 장관상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기차의 경우 도로를 달릴 때마다 모터와 인버터에서 고조파(Harmonics)와 누설 자기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허공으로 사라진다. 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전기차 회사마다 배터리 용량 증가 등 에너지 효율 경쟁에 사활을 거는 게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자파를 유도하는 자석을 활용하는 에너지 수확(하베스팅) 원리에 착안해 이를 전기차 등에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기존 완성차 업계가 차폐 케이블로 전자파를 막는 데 집중해온 것에 비해 역발상으로 에너지 회수에 나선 것이다. 그는 “기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전기차에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처음 적용해 주행 거리를 5~10%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소차, 전기선박, 미래형 항공이동 시스템(AAM)의 분야에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박사 과정 당시 무선충전 버스의 충전 시스템을 연구하다가 전자파와 무선 충전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등에서 전자파를 재활용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학교나 연구소, 대기업에 취업한 동창들과 달리 과감히 창업에 도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창업 이듬해 팁스에 선정되는 등 지난 4년간 총 15억 원의 정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그 결과,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으로부터 기술을 검증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R&D 지원기관, 투자 업계, 기업 등에서 매출과 레퍼런스를 우선시 해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선도기술의 파급 효과나 해외 확장성에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당장의 매출을 우선시하는 바람에 세계 1등 벤처가 많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주 4~5회를 충남 아산의 사무실에서 자면서 실용화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는 도전을 요구하면서도 ‘근데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을 다는 경향이 있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창업 초기에는 ‘세계 최초 기술만 개발하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서 기술 검증과 시장 개척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 초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많았고 중도에 직원들 월급 걱정에 수없이 밤잠을 설쳤다”며 “한때 ‘데스 밸리’에 처해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다잡았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모터·인버터의 전자파에서 회수한 에너지도 국내외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현재 그의 혁신 기술은 국내보다 실상 중국·베트남의 전기차사 등 해외에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전기차에서 모터·인버터·배터리의 에너지 효율화에 일정 부분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Z사의 경우 차량이 급가속 시 에너지 손실을 고민하다가 이 기술을 접하고 ‘에너지 효율이 1%만 늘어나도 가치가 있다’며 반색했다. 베트남의 V사는 ‘자율주행 전기택시에 이 기술을 시범 도입하면 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놀라워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K모빌리티사가 전기택시에 이 기술을 도입해 대당 연 160만 원의 충전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더감 측과 양해각서(MOU)를 맺었으나 자동차 제조사와의 차량 개조 협상이 여의치 않아 끝내 중단했다. 김 대표는 “예비 고객사들이 최소 5회 이상 전기차에 반복 실험(회당 1000만 원)을 요구해 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상용화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인증 등급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