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은퇴 부자도 거절합니다’ 바르셀로나도 암스테르담도 크루즈 관광객 “오지 마라”
||2026.05.18
||2026.05.18
유럽 주요 관광도시들이 크루즈 승객을 향해 일제히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스페인 현지 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13일 크루즈 관광세를 두 배로 올리는 인상안을 4년이 아닌 수개월 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포르투갈 리스본· 그리스 산토리니·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크루즈가 정박하는 세계적인 항구 도시들도 비슷한 시기에 부담금을 도입하거나 인상했다. 표면 명분은 ‘과잉관광(overtourism)’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그 배경에는 도시가 떠안는 혼잡 비용 대비 실제 소비 금액이 낮은 관광객을 걸러내는 관광업 재편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13일 현지 방송 베테베(Betevé) 인터뷰에서 “크루즈 승객 1인 1박 관광세를 현행 4유로에서 8유로(약 1만4000원)로 올리는 안을 4년이 아닌 향후 수개월 내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관광은 도시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크루즈 승객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가 손보려는 대상은 크루즈 산업 전체가 아니다. 정확히는 몇 시간만 항구에 머물다 다시 배에 오르는 손님이다. 같은 크루즈 승객이라도 바르셀로나에서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거나 끝내는 모항(母港·home port) 승객은 이 지역 호텔에 묵고, 공항과 시설들을 이용한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출발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기항(寄港·transit) 손님은 잠과 식사를 모두 배 안에서 해결한다. 콜보니 시장은 기항 손님을 “단 한명도 남김 없이 0(zero)으로 줄이고 싶다”고 했다.
바르셀로나대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서 숙박한 크루즈 승객은 하루에 한 명당 200유로(약 35만원)를 썼다. 반면 기항객은 53.3유로(약 9만3000원)를 쓰는 데 그쳤다. 유럽크루즈산업협회(CLIA) 2024년 보고서에서도 유럽 항만 기항객 1인 평균 소비는 72유로(약 12만5000원)에 그쳤다. 전체 크루즈 승선객 평균 258유로(약 45만원)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바르셀로나항은 2024년 크루즈 개별 승객 280만명을 받았다. 관련 경제효과는 12억유로(약 2조900억원), 카탈루냐 지역 국내총생산(GDP) 기여분은 7억700만유로(약 1조2300억원), 일자리는 9500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항만청은 크루즈 산업이 카탈루냐에 하루 300만유로(약 52억원)를 벌어다 준다고 설명한다.
수치만 보면 잘 굴러가는 산업이다. 그러나 시 당국은 280만명 가운데 60%에 달하는 약 160만명이 단순 기항객으로, 이들은 고부가 소비와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모항 승객은 하루 평균 307유로(약 53만5000원)를 쓰고 평균 2.8박을 묵었다. 그러나 기항객은 배에서 내린 뒤 4~5시간 동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람블라스 거리, 고딕지구 같은 핵심 관광지에만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선박 한 척이 입항하면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6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콜보니 시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질 좋은 관광”이라며 “비즈니스 방문객 유치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크루즈 승객들에 세금을 들이미는 도시는 바르셀로나만이 아니다. 크루즈 관광으로 유명한 유럽 주요도시들은 잇달아 숙박객에게 매기던 관광세 무게중심을 ‘도시에서 자지 않는 방문객’ 쪽으로 옮기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올해 크루즈 당일 관광세를 승객 1인 15유로(약 2만6000원)로 올렸다. 리스본은 지난해 4월부터 만 13세 초과 크루즈 하선객에게 1인 2유로(약 3500원)를 ‘해상도착세(Sea Arrival Fee)’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부호들의 관광지 마요르카가 속한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는 2024년부터 크루즈가 몇 시간만 정박해도 이를 ‘관광 체류’로 간주해 지속가능관광세를 매긴다.
그리스는 산토리니·미코노스 성수기 크루즈 승객에게 20유로(약 3만5000원) 부담금을 도입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크루즈 뿐 아니라 도시에 묵지 않는 모든 당일 방문객에게 5~10유로를 ‘접근세(access fee)’로 매기고 있다.
세금 인상만이 전부는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2024년 시의회 의결로 크루즈 터미널을 7개에서 5개로 2개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노후 터미널 A·B·C를 철거하는 대신 새로 짓는 공용 터미널은 바르셀로나를 모항으로 삼는 크루즈 회사와 소형 선박들에 우선권을 주는 구조로 설계됐다. 항만청은 “수용 확대를 위한 공사가 아니라, 아니라 책임 있는 크루즈 관리를 위한 설계”라고 했다.
통상 크루즈 패키지는 항공 여행에 비해 고가(高價)다. 이 때문에 한 사람에 8~14유로를 세금으로 더 물린다고 해서 여행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베네치아는 지난해 당일 방문세로 240만유로(약 41억원)를 거뒀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데 270만유로(약 47억원)을 사용해 적자를 냈다.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도 지속가능관광세 도입 이후 2년 동안 관광객 수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항만세·승객세·터미널 슬롯 비용이 함께 오르면 크루즈 선사는 항로 설계를 다시 해 이윤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 2019년 암스테르담이 1인 8유로의 크루즈 부담금을 도입하자, 선사 상당 수가 인근 로테르담으로 우회했다. 그해 암스테르담 기항 선박 수는 직전해 180척에서 128척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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