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저승사자’ 美 뉴욕 남부지검,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 수사 착수
||2026.05.17
||2026.05.17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사모대출 펀드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미국 연방 검찰 집중 수사 선상에 올랐다. 사모대출 업계 전반에 걸쳐 투명성을 요구하는 규제 당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사모대출 시장 재편에 따른 여파가 자칫 글로벌 금융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최근 수개월 동안 ‘블랙록 TCP 캐피털’ 대출 자산 평가 방식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현재 주요 임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
사모대출이란 건전성 규제가 엄격한 일반 은행을 대신해 펀드나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대체 금융 시장을 일컫는다. 블랙록 TCP 캐피털 펀드는 유망한 중견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다. 일종의 대출 상품이지만, 현재 뉴욕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다.
이번 수사는 블랙록이 펀드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실 대출 자산 가치를 높게 책정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펀드는 올해 1월 전자상거래 브랜드 통합업체를 포함해 투자했던 기업이 부실화됐다며, 순자산 가치가 직전 분기 대비 19% 급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기습적으로 공시했다. 공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13% 폭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대출 자산 가치를 투명하게 평가하지 않고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며 잇따라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수사를 맡은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역임한 제이 클레이턴이 지검장을 맡고 있다. 클레이턴 지검장은 사모대출 자산 평가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월가 저승사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클레이턴 지검장은 최근 열린 대체투자 업계 콘퍼런스에서도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가치를 조작하는 행위는 언제나 금지돼 왔다”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금융권은 이번 수사가 1조8000억달러 규모로 몸집을 불린 사모대출 시장 전체를 향한 일제 점검 신호탄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사모대출은 그동안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에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통상적인 금융권 대출에 비해 정보 공개 수준이 현저히 낮고 자산 가치를 자의적으로 산정할 여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빚을 낸 기업들의 연쇄 부실이 발생할 경우, 숨겨진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지며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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