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치소 CCTV 어디 있나”… 수용자 정보공개청구 6만건 넘었다
||2026.05.16
||2026.05.16
“구치소 안 폐쇄회로(CC)TV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알려달라.”
“보안과 직원들의 직급과 이름을 공개하라.”
“총무과 A 교도관의 지난해 근무평정 자료를 달라.”
최근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이 낸 정보공개 청구 내용이다. 지난해 전국 교정기관의 정보공개 청구 건수사 6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자 1명이 120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교정현장에서는 일부 수용자의 반복적이고 무분별한 청구가 교정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기관이 처리한 정보공개 청구는 총 6만258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5만3327건보다 17.4% 증가했다. 2015년 1만6708건과 비교하면 약 3.8배 늘었다.
정보공개 청구 제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교정 현장에서는 일부 수용자가 이 제도를 민원성 청구나 교정공무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모 구치소의 한 수용자는 지난해부터 지난 8일까지 120건에 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교도소와 구치소에서도 수용자 1명이 30~50건씩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청구 대상은 보안시설 정보부터 교정공무원 인사 자료, 예산·계약 정보, 특정 수용자 관련 내용까지 다양했다. 서울구치소, 안양교도소, 수원구치소, 서울동부구치소, 인천구치소, 부산구치소 등 주요 교정시설에 접수된 정보공개 청구 사례를 보면, 수용자들은 구치소 내 CCTV 설치 장소, 보안과 전 직원의 직급과 이름, 특정 직원의 승진일자, 교정공무원 근무평정 내역, 승진시험 문제지와 답안지 등을 요구했다.
본인 처우와 직접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정보도 청구 대상이 됐다. 교정시설 저수조 수질검사 결과 보고서, 연령대별 에이즈 감염 수용자 현황, 구치소에서 판매 중인 운동화 제조업체 주소와 사업자번호, 생산단가 등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한 교정시설 수용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과거 수용됐을 당시 관련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보안이나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은 비공개 처분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비공개 결정 이후에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보공개를 거부한 직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한 일부 수용자도 있었다. 교정공무원 입장에서는 정보공개 청구 처리에 이어 불복 절차 대응까지 떠안게 되는 셈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공개 거부 처분에 불복해 제기된 행정심판은 477건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각하되거나 기각됐고, 인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기간 제기된 행정소송 39건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악의적인 정보공개청구를 일선에서 자체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2024년 등장했지만 아직 표류 중인 상태다. 게다가 반복적인 정보공개 청구라 할지라도 교묘하게 내용을 바꾸거나 기간을 바꾼 경우 반복 청구로 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 종결 처리하는 게 실무상 쉽지 않다고 한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수용자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본인 처우와 무관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정보공개 청구까지 모두 대응하다 보면 행정력 낭비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용자 본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공개 청구는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보공개 청구권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청구 범위를 구체화하고, 자주 요구되는 정보는 사전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교정학회 회장인 윤옥경 경기대 범죄교정학과 교수는 “청구인이 실제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형집행법 전체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형집행법 중 어떤 내용에 관한 자료가 필요한지를 특정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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