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중심 주파수 경매 개선 어떻게?...‘점수제’ 대안으로
||2026.05.15
||2026.05.15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통신 주파수 할당 제도가 가격 경쟁 방식 경매제에서 네트워크 품질과 커버리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파수 확보 비용을 높이는 경매 구조를 극복하고 통신사의 자발적 망 투자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주파수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핵심 자원이다. 그간 정부는 한정된 공공 자원인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경매제를 활용했다. 통신사가 주파수 이용권 확보를 위한 가격을 제시하고, 정부는 낙찰 사업자에게 망 구축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단 경매제는 통신 설비 확충과 커버리지 확보 등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주파수 가격 경쟁이 과열되면서 통신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매 중심 주파수 할당, 망 투자 유도 한계
1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가격 경쟁 중심의 경매제에 네트워크 품질과 커버리지 등 비가격 요소를 결합한 '점수 경매'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입찰가뿐 아니라 사업자가 제시하는 망 구축 수준을 함께 평가해 주파수를 배분하자는 것이다.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2013년, 2016년, 2018년 주파수 경매에서 대역별로 기준 기지국 수를 정하고 기간 내에 일정 비율 이상을 구축하도록 하는 직접 규제 방식을 썼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주파수 재할당 거부, 일부 대역 회수 등 제재가 가능토록 해 사업자들의 설비 투자를 유도했다.
올해 3G·LTE 주파수 재할당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정부는 5G 단독모드(SA) 전환을 재할당 조건으로 의무화했다. 주파수 이용 조건을 먼저 제시해 네트워크 고도화 방향을 정부가 직접 설정했다.
단 이 같은 직접 규제 방식은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비효율적인 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모든 사업자에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사업자가 과도한 준수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주파수 수요는 낮은데 구축 비용이 높은 지역까지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경우 사회적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큰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2.6GHz 대역 재할당 대가를 두고 이견을 보인 것도 현행 주파수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같은 대역이라도 확보 시점과 과거 낙찰가, 재할당 조건에 따라 사업자별 부담이 달라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사업자 선택으로 자발적 네트워크 투자 유도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간접 규제 성격의 제도를 일부 도입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3G·4G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정하면서 통신 3사의 5G 무선국 구축 수량에 따라 대가를 낮춰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5G 무선국을 많이 구축할수록 재할당 대가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특정 망 구축 수준을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가격 인센티브를 통해 5G 투자를 유도한 사례다.
다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재할당 대가 부담과 망 투자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KISDI가 제안한 점수제는 이 지점에서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부가 사전에 점수 산정 기준을 공개하고, 사업자는 입찰가와 함께 커버리지, 품질, 투자 계획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단순히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아니라 가격과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종합했을 때 사회적 편익이 가장 큰 사업자를 선정하는 형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점수제는 통신사가 스스로 투자 수준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직접 규제에서는 정부가 특정 품질 수준을 의무로 정하고 사업자가 이를 따라야 한다. 반면 점수 경매에서는 사업자가 자사 비용 구조와 시장 전략을 고려해 어느 정도 품질과 커버리지를 구현할지 결정한다.
품질을 높게 제시하면 점수에서 유리해지지만 그만큼 구축 비용 부담이 커진다. 입찰가는 높지만 투자 계획이 낮은 사업자, 입찰가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커버리지와 품질 계획이 우수한 사업자 간 경쟁이 가능해진다.
◆산식 객관성·예측 가능성은 관건
KISDI는 점수 규칙을 적절히 설계하면 정부는 전통적인 직접 규제보다 더 높은 사회적 후생을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자가 자사 이익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네트워크 품질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게 KISDI의 설명이다.
다만 점수제 도입이 곧바로 가능한 건 아니다. 가장 쟁점은 점수 산식이다. 입찰가와 품질, 커버리지, 투자 규모를 어떤 비중으로 평가할지에 따라 낙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평가 지표의 객관성도 중요하다.
기지국 수처럼 명확한 설비 기준을 볼 것인지,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속도와 지연시간, 커버리지 품질을 볼 것인지에 따라 제도 설계 방향이 달라진다.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정교하고 예측 가능한 평가 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투자 계획을 점수로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네트워크 투자를 늘릴 유인이 생긴다.
연구진은 "직접 규제 중심 프레임워크에서 벗어나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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