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 주치의’…삼성·애플, 치열해진 워치 헬스케어 경쟁
||2026.05.15
||2026.05.15
스마트워치가 단순한 알림 기기를 넘어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혈압·수면·심박·운동 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기능을 잇달아 강화하면서 웨어러블 시장의 경쟁 구도도 ‘건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 성장 둔화와 교체 수요 감소 속에서 헬스케어 기능이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과거 스마트워치 경쟁이 디자인과 배터리 성능, 스마트폰 연동성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얼마나 정교하게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예방적 관리까지 지원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워치를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러닝 인구 증가에 맞춰 ‘러닝 코치’ 기능을 중심으로 운동 분석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사용자의 12분 달리기 데이터를 분석해 운동 능력을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수면 상태와 에너지 점수, 심박수 등을 종합 분석해 당일 운동 강도를 추천하고 운동 후 회복 상태까지 관리한다. 좌우 비대칭, 지면 접촉 시간 등 러닝 자세도 세밀하게 측정해 부상 위험을 줄이는 기능도 담겼다. 삼성전자는 향후 러닝 외 다른 운동 종목으로 코치 기능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운동·수면·영양·멘탈케어를 아우르는 통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예방 중심 건강관리 영역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갤럭시 워치8 시리즈에는 항산화 지수 측정과 혈관 스트레스 추적 기능 등이 새롭게 탑재됐다. 생활 패턴과 생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건강 상태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갤럭시 워치와 갤럭시 링에 적용되는 ‘삼성 헬스’ 주요 기능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1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심박수·혈중 산소·걸음 수 측정 등 핵심 기능의 신뢰성을 공인받으며 의료·헬스케어 영역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애플 역시 건강관리 기능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은 올해 국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애플워치의 ‘고혈압 징후 알림 기능’을 처음 도입했다. 광학 심장 센서를 활용해 약 30일간 혈관 수축·이완 데이터를 수집한 뒤, 고혈압 가능성이 감지되면 사용자에게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직접 혈압을 측정하는 기능은 아니지만, 증상이 거의 없는 고혈압 특성상 조기 위험 감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애플은 사용자에게 별도 혈압계를 활용해 데이터를 추가 측정하고 의료진과 공유할 것도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AI 기반 운동 분석 서비스 ‘워크아웃 버디’, 수면 무호흡 알림 기능 등을 통해 건강관리 기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면 무호흡 감지 기능은 삼성전자가 먼저 상용화했던 분야다. 이후 애플이 관련 기능을 추가하면서 양사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가 점차 의료기기 수준의 역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워치에는 심박·혈중 산소·수면 분석은 물론 스트레스·혈관 건강·운동 회복 상태까지 측정하는 기능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저가형 제품들도 GPS 정확도와 운동 특화 기능을 강화하며 ‘운동족’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화웨이는 최근 출시한 스마트워치에 위성 신호를 능동적으로 추적하는 ‘해바라기 포지셔닝 시스템’을 적용해 GPS 정확도를 높였다. 골프·트레일 러닝·프리다이빙 등 전문 운동 모드도 강화하며 스포츠·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 경쟁은 시장 점유율과도 직결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전년 대비 7%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건강관리 기능이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제품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시장 회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1위를 유지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8% 수준에 머물렀다. 출하량도 감소세를 보이며 샤오미 등에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전자는 단순 운동 기록을 넘어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애플과 차별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단순 운동 성과 관리에서 나아가 생활 습관과 컨디션 관리까지 연결한 ‘예방 중심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최준일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 상무는 “애플워치와의 가장 큰 차이는 러닝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며 “삼성 헬스는 종합 건강 관리 차원에서 러닝을 잘할 수 있도록 수면 관리, 식단 관리, 마음 건강까지 함께 본다. 스트레스 측정 기능도 있고, 심전도나 심혈관 관련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의료 데이터 연동 확대도 추진 중이다”라며 “이미 건강기록 보기 기능을 통해 건강검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의료 기록까지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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