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볼트온의 두 얼굴 앞에 좌절된 어피니티의 꿈
||2026.05.14
||2026.05.14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SK렌터카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품으려다 좌절한 사례는 단순한 딜 무산이 아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모펀드(PEF)의 ‘가치 창출 공식’과 경쟁 당국이 고수하는 ‘독과점 방어 기제’가 피할 수 없이 정면 충돌한 사건이다.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밸류업 수단은 ‘볼트온(Bolt-on)’ 전략이다. 특정 기업을 인수한 뒤 동종·유사 기업을 잇달아 붙여 덩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여러 사업자를 하나로 묶으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중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시장 내 존재감도 커진다. 그만큼 향후 매각 시 더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사모펀드의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다. 언젠가는 보유 기업을 되팔아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그래서 더 높은 매각가를 만들기 위해 산업 내 통합과 외형 확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사모펀드는 단순한 FI로만 머물지 않는다. 경쟁사나 유사 사업자를 붙이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시장 내 지위를 키운다. 그런 측면에서 사모펀드는 전략적투자자(SI)에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볼트온 전략은 사모펀드가 FI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방식이지만, 결국 사모펀드를 SI처럼 행동하게 만든다.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산업을 통합하고, 되팔기 위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FI와 SI의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모펀드의 밸류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그러나 경쟁 당국의 눈에 이는 ‘독과점 리스크’일 뿐이다. SK렌터카를 이미 손에 쥔 어피니티가 롯데렌탈까지 품으려 했을 때, 어피니티는 압도적 1위 플랫폼의 탄생을 꿈꿨겠지만 공정위는 시장 경쟁의 실종을 우려했다.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프리미엄을, 다른 한쪽은 리스크를 읽은 셈이다.
이러한 시각차는 한국 M&A 시장의 고질적인 모순을 드러낸다. 매각 절차에서 볼트온 시너지는 가격을 올리는 핵심 동력이다. 이미 해당 산업에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모펀드일수록 더 큰 시너지를 자신하며 높은 입찰가를 써낼 가능성이 크다. 매도자 입장에선 최고가를 부른 쪽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거래 후반부인 기업결합 심사 단계에 들어서면, 가격을 높였던 그 ‘시너지’가 거꾸로 거래를 가로막는 독과점 리스크로 돌변한다. 하나의 요소가 거래 앞단에서는 몸값을 높이고, 뒷단에서는 딜 자체를 무너뜨리는 아이러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거래 참여자 모두가 입는다. 매도자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사모펀드는 뒤늦게 자산 매각 등 시정 조치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M&A 시장의 공식이 바뀌어야 한다. 매도자는 ‘최고가’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볼트온을 전제로 한 높은 가격 뒤에 숨겨진 규제 리스크를 미리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1조원을 써냈지만 클로징 가능성이 낮은 후보보다는 9000억원을 제시해도 거래를 확실히 완주할 후보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사모펀드 역시 시정 조치를 사후 협상 카드로 취급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계산에 넣어야 한다. 어떤 자산을 덜어내야 당국의 승인이 날지, 그 경우에도 수익성이 있을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 공정위 또한 사안마다 사후 처방을 내리기보다, 사모펀드의 볼트온 전략에 대한 보다 선명하고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볼트온 전략은 양날의 칼이다. 칼날이 규제라는 벽에 부딪혀 부러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결국 시장의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밸류업 뒤에 숨은 독과점의 리스크를 거래 초반부터 정교하게 계산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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