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모인 홍콩 큰손들… “韓증시, 아직 저평가” [르포]
||2026.05.14
||2026.05.14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 한 종목씩만 매수해도 코스피는 8000포인트를 넘길 겁니다.”
코스피가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둔 14일,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17층 회의실. 김두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농담 섞인 발언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장에는 홍콩에서 온 슈퍼리치 투자자 30여명이 자리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투자자부터 명품 쇼핑백을 든 참석자까지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하나증권은 이날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푸투증권과 함께 ‘푸투증권 VIP 고객 초청 코리아 밸류업 투자포럼’을 개최했다.
푸투증권은 336만개 이상의 고객 계좌를 보유한 홍콩 기반 글로벌 증권 플랫폼이다. 이번에 초청된 참석자는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최대 2조원 이상 운용하는 중화권 개인 투자자다. 참석자의 직업은 개인 사업가부터 전업 투자자, 패밀리오피스 매니저, 인플루언서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한국 주식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푸투증권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이날 포럼은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에이전트 AI’를 주제로 한 강연과 상장사 기업설명(IR) 세션,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강연이 끝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수준 높은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노조 이슈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AI의 발전이 소수에게만 특혜를 주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얘기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포럼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업 투자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루안 배터(29)는 한국 증권주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증시는 앞으로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본다”며 “증시 상승의 수혜를 받을 증권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금융사에 근무하는 제이콥(33)은 “한국 증시를 보면 ‘쿨(cool)’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투자자는 “SK하이닉스 투자로 수익을 낸 경험이 있어 이번 포럼에도 참가하게 됐다”며 “포럼에 참석한 참석자 중 일부는 이미 한국 주식을 보유해 큰 수익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푸투증권 측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현지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요란다 가오 푸투증권 홍콩 기관·개인 자산관리 담당 이사는 “홍콩 고객 중에는 기관 투자자와 패밀리오피스, 투자회사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증시는 변동성이 크지만 AI 관련 기업과 제조업의 성장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80% 넘게 상승하며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영국과 캐나다를 넘어 대만까지 제치며 세계 6위 규모로 올라섰다. 여기에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현지 증권사 계좌로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외국인 통합계좌’까지 도입되면서 투자 접근성도 크게 개선됐다.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이 ‘K증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에 홍콩 푸투증권에는 한국 주식 투자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관심이 실제 투자로 연결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공동 기획했다. 현재 하나증권은 푸투증권과 온라인상에서 한국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외국인 통합계좌 개설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활황세를 보이자 국내 증권사에 외국인 통합계좌를 개설하자는 해외 증권사의 요청이 늘어났다”며 “푸투증권과의 온라인 외국인 통합계좌가 개설되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콩 큰손들이 여의도를 찾은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7.4(1.75%) 오른 7981.41에 마감했다. 8000선 돌파까지는 겨우 18.59포인트 남겨뒀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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