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트리아 AI의 야심···美·中 데이터 패권 맞설 ‘마지막 카드’
||2026.05.14
||2026.05.14
현대자동차·기아가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 설루션 ‘아트리아 AI(Atria AI)’를 앞세워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하반기 광주광역시에서 차량 200대 규모로 시작되는 도심 실증 사업은 국내 자율주행 플랫폼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미 거대 생태계를 구축한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패권 속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자율주행 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실증 기간에 독자 인공지능(AI)의 두뇌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해외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한국형 도심 주행 표준 모델’을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술적 돌발 상황과 제도적 마찰 등 마주해야 할 현실적 변수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테스트 기간 단순 주행거리 누적보다 기습 악천후 대응과 안전 메커니즘 구축 등 양산 단계의 핵심 변수를 선제 제어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14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AVP(첨단차량플랫폼) 본부는 지난 13일 광주시·국토부와의 대규모 실증 협약(MOU) 공식 발표 후 광주 전역의 도로 인프라 데이터 세트 분석과 아트리아 AI의 가상 시뮬레이션 최적화 작업에 착수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을 전담하는 포티투닷(42dot)은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사장이 창립한 인공지능 및 모빌리티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그룹 전체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과 자율주행 AI 개발을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노선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은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와 고정밀 지도(HD Map)에 의존하는 하드웨어 중심 방식을 유지해 왔으나, 올해 하반기 광주 실증부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한다.
이번 테스트 차량에는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기반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인 FSD(Full Self-Driving)와 유사하게 고가 센서를 과감히 빼고 카메라 8대와 전방 레이더 1대만을 기본 탑재한다.
인식부터 판단·제어까지를 인간의 뇌처럼 통째로 학습해 한 번에 처리하는 ‘비전 중심 End-to-End(E2E) 인공지능’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
이는 카메라 영상(비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판단해 주행하는 방식이다.
양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과거 엔지니어가 수많은 주행 규칙을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는 ‘사전 코딩’ 방식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실제 주행 영상을 보고 스스로 학습하는 ‘데이터 학습’ 방식으로 급변한 흐름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구글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포니에이아이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기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최근 1~2년 새 한국 시장 진출과 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이번 타이밍을 놓쳐 국내 주행 데이터를 외산 설루션에 선점당할 경우, 모빌리티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테슬라는 수백만 대의 양산차로부터 매일 수천만 킬로미터의 실시간 주행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와 포니에이아이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베이징·상하이·우한 등 중국 내 대도시를 통째로 장악한 상태다.
하반기 광주광역시 5개 구에서 진행되는 현대차의 ‘200대 규모 실증’은 체급 면에서 미·중 세력에 열세일 수밖에 없다.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의 압도적인 데이터 물량 공세에 맞서 현대차는 복잡한 한국 도심 환경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난도 질적 데이터’로 배수의 진을 쳤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현대차는 자체 AI 엔진인 아트리아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리스크 분산을 위한 ‘백업 플랜’도 가동 중이다.
자체 E2E 모델이 막히면 미국 자회사 모셔널의 라이다 기술로 전환하거나, 소프트웨어가 한계를 보일 시에는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수혈 받도록 통로를 열어두었다.
그렇지만 이 경우 단가 인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기술 종속을 완벽히 끊어내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메라 센서에 의존하는 이번 비전 중심 자율주행 기술의 특성상, 기습적인 폭설·폭우 시 인지 능력이 저하되거나 센서 착시로 차량이 급감속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제어할지가 관건이란 의견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가이드라인의 정립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 해소 역시 과제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 선보일 차세대 아이오닉 5 등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라인업에 이번 아트리아 AI 기술을 탑재해 시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역시 국가 미래차 선도 전략의 일환으로 토종 자율주행차의 대량 양산 타임라인을 2028년으로 명시했다.
국내 자율주행 분야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카메라 중심의 E2E 신경망 구조로 선회한 것은 글로벌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증을 통해 독자 AI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한편, 유사시 백업 플랜의 작동 여부도 제대로 검증돼야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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