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9만달러 이상 송금’ 우리은행 무죄… 法 “확인의무 확대해석 안돼”
||2026.05.14
||2026.05.14
우리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이상 외환송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문제 된 외환거래의 실질적 업무 주체를 우리은행으로 보기 어렵고, 검찰의 법 적용도 형벌 규정을 지나치게 넓힌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재판장 임혜원 부장판사)은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우리은행에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은행 측이 무죄판결 공시에 동의하지 않아 별도 공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 측 변론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이 사건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처리된 외화 송금과 관련된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점에서 수입거래대금 지급 명목으로 외화 송금이 이뤄졌고, 문제 된 규모는 40건, 909만달러(약 125억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부 송금이 실제 수입거래가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 자금을 외화로 바꿔 해외로 보내는 과정이었다고 봤다. 우리은행 지점들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확인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은행 법인도 내부통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핵심 쟁점은 해당 송금이 단순한 수입대금 결제인지, 외국환거래법상 신고가 필요한 자본거래인지였다. 자본거래는 국내 거주자와 해외 거주자 사이에서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거나 채권·채무 관계가 바뀌는 거래를 말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거래는 한국은행 등에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문제 된 거래는 신고 대상 외환거래가 아니라 상법상 위탁매매 구조에 가깝고, 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제출한 수입대금 송금 서류를 보고 처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직원들이 서류만으로 허위 거래나 가상자산 관련 자금 흐름을 알기 어려웠고, 은행이 모든 실제 거래관계와 자금 출처까지 실질 심사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무등록 외국환업무와 미신고 자본거래의 실질적 주체를 우리은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질적 업무 주체는 가상자산 매매를 통해 외화를 송금한 이들”이라며 “우리은행은 양벌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업무 주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양벌규정은 직원이나 대리인이 업무와 관련해 법을 어겼을 때, 그 사람뿐 아니라 회사도 함께 처벌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다만 회사가 처벌되려면 위반행위를 한 사람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어야 한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얻은 원화를 외화로 송금하려 한 주체들이 우리은행 직원이나 대리인이 아니므로, 이들의 행위를 이유로 우리은행을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상 양벌규정은 등록 없이 외국환 업무를 수행한 업무 주체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은행 직원들이 외환 송금 과정에 일부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은행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은행의 확인 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수입대금 지급 명목의 외화 송금을 처리하면서 신고나 허가가 필요한 거래인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외국환거래규정상 수입대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은행 직원들이 수입대금 지급 요청을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나 허가가 필요 없는 거래로 인식한 이상, 추가로 신고 여부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허위 인보이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확인의무 위반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 주장처럼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려면 법률에 처벌 대상과 요건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은행의 서류 확인이 미흡했을 수는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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