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기준 대폭 수정 국내 공급망 기여 부문 가장 높은 배점 수입차 차별 논란에 지급 커트라인 완화 지난달 19일 서울 한 건물의 전기차 충전소에서 한 시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월께 초안이 공개된 뒤 외국 전기차를 과도하게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전기차 보조금 사업자 기준이 대폭 수정됐다. 기업 신용등급과 국내 특허 등 우리나라 기업에 유리했던 항목이 줄고 커트라인 점수도 80점에서 60점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테슬라 등 해외 업체들의 보조금 문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조사 역량을 평가해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부는 다음 달 중 제작사 평가를 마무리한 뒤 7월 1일부터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평가 항목은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 관리, 지속성(20점) △안전 관리(15점) 등 5개 분야 13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평가를 통해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더라도 주행거리 등 모델별 성능에 따라 지급 최대액이 달라지는 기존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가장 배점이 높은 공급망 기여도 부문은 국내에 제조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국산 부품을 활용해야 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내에서 차체와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국산 전기차 제조사들은 무난히 통과 기준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전기차라 하더라도 국산 배터리팩을 사용하는 경우 차량가애그이 상당부분이 국산으로 인정돼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기술개발 역량의 경우, 연구 인프라는 국내에 구축한 것만 인정하지만 전기차 개발에 투입된 연구개발비 자체는 해외 본사의 실적도 인정하기로 했다. 환경정책 대응과 사후 관리, 지속성 부문 역시 국내에 폐배터리 순환 체계를 갖추거나 정비 인프라를 늘릴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식으로 설계해 국내 투자를 유인했다.
안전관리 항목에는 화재 대응 체계와 함께 사이버 보안 능력도 포함됐다. 전기차가 소프트웨어와 통신 기능 비중이 큰 만큼 정보 유출과 원격 제어 위험 대응 수준도 점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부는 보급사업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정부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업체에는 감점 기준도 적용할 예정이다.
국산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자인 테슬라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슬라는 국산 배터리팩을 사용하는 데다 안전 성능이 우수하고 폐배터리 순환 체계도 고도화된 편이라 중국 제조사보다 점수를 더 받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 인프라 등 일부 항목만 개선하면 테슬라가 60점을 넘길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보조금 가시권에 들어온 것은 정부의 평가 기준이 초안에 비해 완화됐기 때문이다. 당초 기후부는 80점을 통과 기준으로 하는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총점의 60%가 정성평가 항목인 데다 기업 신용평가등급, 국내 특허 출원, 직영 서비스 센터 구축 여부 등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 수입 업체에 지나치게 불리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기후부는 통과 기준을 60점으로 낮추고 항목별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