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돈 먹는 하마’서 전략 자산으로...석유 공룡들이 알래스카로 향하는 이유
||2026.05.13
||2026.05.13
세계 최대 석유 기업들이 미국 알래스카 북극권 탐사에 다시 뛰어들면서 알래스카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 잇단 대형 유전 발견이 겹치면서 알래스카가 다시 글로벌 석유업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슨모빌, 셸, 렙솔 등은 지난 3월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A) 광구 입찰에 참여해 총 1억6300만 달러(약 2440억원) 규모의 개발권을 확보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 지역에 약 88억 배럴 규모의 회수 가능한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T는 특히 셸의 복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셸은 2015년 알래스카 북극해 시추 프로젝트 실패로 약 70억 달러의 손실을 본 뒤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알래스카 탐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북극 시추는 막대한 비용과 환경단체 반발, 낮은 수익성 때문에 대표적인 실패 투자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대형 유전 발견이 잇따르면서다. 산토스와 렙솔이 공동 개발 중인 ‘피카(Pikka)’ 프로젝트는 이달부터 하루 최대 8만 배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코노코필립스가 추진하는 90억 달러 규모 ‘윌로(Willow)’ 프로젝트는 2029년부터 하루 18만 배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이번 탐사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지역”이라며 “과거 문제가 됐던 해상 북극 탐사가 아니라 이미 생산 기반이 구축된 육상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엑슨 역시 지난 10년간 가이아나 등 다른 지역 탐사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 다시 알래스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중심에는 미국 독립 탐사업자 빌 암스트롱이 있다. 그는 2013년 피카 유전을 발견한 뒤 알래스카 북극권의 잠재력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암스트롱은 “지금 알래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유망 유전 지대”라며 “매장량 측면에서 가이아나를 넘어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석유 기업들은 ‘새 유전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 유가 변동성과 친환경 전환 압박 속에서도 석유 수요는 예상보다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기존 유전 생산량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문제는 돈보다 새 매장량 확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알래스카는 몇 안 되는 ‘미개척 대형 자원 지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환경 규제와 낮은 수익성 탓에 끝난 사업’으로 여겨졌던 알래스카가 다시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내 생산이라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환경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내세운 화석연료 확대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투자 장벽도 낮아졌다. 실제 지난해 알래스카 에너지 업계 자본 지출은 50억 달러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이후 공급망 불안이 커진 것도 알래스카의 전략적 가치에 힘을 싣고 있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알래스카 원유 생산량은 1988년 하루 200만 배럴을 넘긴 뒤 감소세를 이어가 2024년에는 약 47만5000배럴로 5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피카와 윌로 프로젝트 가동 이후 2030년에는 하루 생산량이 약 75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케빈 갤러거 산토스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사태는 공급 다변화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알래스카는 일본·한국 등 아시아 시장 접근성이 뛰어난 전략적 위치”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단체 반발은 여전하다. 북극 생태계 훼손 우려가 큰 데다가 향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자산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애선 마누엘 국장은 “알래스카 유전 개발은 미래에 좌초 자산이 될 위험이 크다”면서 “셸과 엑슨이 다시 돌아온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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