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40조 파업 리스크’ 현실화…정부 ‘긴급조정권’ 꺼내드나
||2026.05.13
||2026.05.13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최종 결렬로 21일 총파업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 기로다. 정부는 국민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후의 행정 조치 검토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13일 오전까지 이어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노조는 영업이익 15% 지급의 제도화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상한선 유지와 실적 기반 특별 보상안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가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강행할 경우 최대 40조원의 생산 차질이 우려됨에 따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노동쟁의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리는 최후의 결정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공표일로부터 30일간 쟁의행위도 금지된다. 이 기간 중노위는 강제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도출된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지녀 노사 양측에 강제 적용된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를 시작으로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항공사 파업 등 지금까지 총 네 차례뿐이다. 이번에 삼성전자에 발동될 경우 21년 만의 사례가 되며, 반도체 산업의 국가적 비중을 고려한 특수한 행정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사례는 제조업 분야에서의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로 의미가 크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와 함께 6월부터 연대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1개월 넘게 장기화되면서 자동차·조선 등 한국 핵심 수출 산업의 생산이 마비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자, 김영삼 정부는 그해 7월 20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자 노사 양측은 곧바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사태가 마무리됐다. 정부의 직권 개입이 없었다면 파업이 더 장기화돼 한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긴급조정권이 핵심 산업 보호 장치로 기능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중노위는 긴급조정권을 두고 신중한 입장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노사 합의로 추가 조정을 요청하면 지원하겠지만, 현재로선 강제적인 발동을 고려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 내 기류는 복잡하다. 노동계와의 관계 및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야 하지만, 반도체 공급망 훼손과 수출 감소 등 실질적인 경제 피해가 가시화할 경우 발동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노사 자율 해결의 원칙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노동조합법 제76조에 따른 예외적 조정 절차에 나서야 할 단계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SNS를 통해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가 원칙 있는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4월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노조를 정면 비판한 적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 현실화 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만큼, 생산 차질은 고객사 이탈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치명적인 리스크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정부가 사후 수습이 아닌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도 "이번 사안은 461만 소액주주의 자산, 1700여 협력사의 생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모두 걸린 사안"이라며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을 나와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자율 해결만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국가 경제를 지키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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