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도 밀렸다”… 테슬라, 韓 전기차 수요 잠식
||2026.05.13
||2026.05.13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주도해 온 대중 전기차 시장에 테슬라가 깊숙이 파고들면서다. 테슬라는 더 이상 일부 수입 전기차 수요에 머무는 브랜드가 아니라, 국산 전기차의 직접적인 대체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테슬라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가격 경쟁력과 충전 인프라, 브랜드 인지도까지 맞물리면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차 브랜드라는 기존 인식보다 ‘전기차 대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점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는 4월 국내 시장에서 1만319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지난 3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판매량을 18.5% 더 늘렸다. 2위 BMW의 판매량 6658대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테슬라의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3만415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5.2% 급증했다. 누적 기준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29.41%까지 높아졌다.
테슬라 열풍은 단순히 특정 브랜드의 판매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수입차 시장 자체의 전동화 흐름도 앞당기고 있다. 지난 4월 전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3993대였으며, 이 가운데 전기차는 1만8319대로 53.9%를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테슬라가 전기차 수요 확대를 사실상 주도한 셈이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기차 선호가 강해진 점이 테슬라 성장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자동차 정보 플랫폼 NICE블루마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0대와 30대, 40대 모두에서 모델별 판매 1위는 테슬라 모델 Y였다. 업계에서는 젊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브랜드 경험이 결합된 ‘IT 제품’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가 기조도 전기차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4만428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17.7% 감소세를 보였고, 하이브리드는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입차 시장 역시 같은 기간 가솔린은 25.7%, 디젤은 60.4% 줄었으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선택이 하이브리드보다 순수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급성장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중 전기차 수요 일부가 테슬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월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5745대로 테슬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네시스 전기차를 제외하면 주요 차종의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특히 캐스퍼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6 판매량은 각각 46.9%, 44.9% 감소했다.
기아는 전체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는 테슬라를 앞섰지만, 승용 전기차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아의 4월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1만3935대로 집계됐으며 이중 상용 모델인 봉고 EV와 PV5를 제외한 기아의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1만1334대 수준으로, 테슬라보다 약 1800대 적다. 특히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 Y·모델 3와 경쟁하는 EV5와 EV6 판매량은 전월 대비 5.8%, 18.1% 줄었다. 기아가 올해 1~4월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승용 전기차 소비자 접점에서는 테슬라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과 가격, 충전 편의성, 브랜드 신뢰도가 맞물리는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입차와 국산차의 경쟁 구도였다면, 지금은 테슬라와 현대차·기아 전기차가 직접 경쟁하는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가격과 상품성, 충전 생태계를 포함한 체감 경쟁력에서 테슬라가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는 더 이상 프리미엄 수입 전기차 브랜드에 머물지 않는다”며 “대중 전기차 시장의 중심 플레이어가 된 만큼 현대차·기아도 단순히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소비자 이탈을 막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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