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국제학교 폐쇄’ 예고에… 학부모 “해외大 진학 희망자 어쩌나”
||2026.05.12
||2026.05.12
자녀를 서울 소재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낸 학부모 A씨는 최근 걱정이 깊어졌다. 교육부가 인가 없이 운영 중인 국제학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다.
A씨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은 교육 시설이다. 졸업 후에도 국내 고교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별도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대신 미국 교육평가기관 인증을 받아 미국 대학에는 검정고시 없이 지원할 수 있다.
A씨는 “아이가 미국 대학을 준비하고 있어 선택한 학교인데, 폐쇄 이야기까지 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인가 국제학교는 정원이 부족하고 통학도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른바 미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학부모와 업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영어 교육과 해외 대학 진학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흡수할 인가 국제학교는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부터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인가 국제학교 200여곳 추산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인가 국제학교는 약 2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영어 중심 교육과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운영된다.
외국인 자녀 및 외국에 일정 기간 거주 후 귀국한 내국인을 위한 외국인학교, 국내 학제를 따르는 국제중·고등학교와 달리, 교육부 인가 없이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시설들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미인가·미등록 교육 시설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인가 없이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시설에 법 위반 사항을 충분히 고지한 뒤, 시정되지 않으면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인가 없이 학교 형태 시설을 운영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올해 3월까지 현장 점검도 진행했다. ▲고액 교육비 징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교사 채용 ▲사회 통념을 벗어난 교육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인한 피해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현장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시행령을 마련해 미인가 교육 시설 폐쇄까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무자격 입학자 모집과 인가 없이 운영권을 양도한 서울 용산구의 한 국제학교에 폐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인가 국제학교 수도권 2곳뿐… 수요 충족 못해
문제는 인가 국제학교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인가 국제학교는 전국에 7곳뿐이며, 수도권에 있는 학교는 2곳에 불과하다. 현재도 경쟁률이 100대 1 이상이다.
경기 과천시에 거주하며 9살 자녀를 미인가 학교에 보내고 있는 최모(43)씨는 “무자격 교사를 채용하거나, 사전 고지 없이 무단 폐쇄하는 등 일부 문제가 있는 미인가 학교를 관리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해외 유수 기관들로부터 인증을 받은 곳까지 일괄적으로 폐쇄하는 것은 과도 조치”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미인가 교육시설 가운데 요건을 갖춘 곳은 대안교육기관 등록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대안교육기관법은 외국어 교육이나 유학 준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교육기관법 개정 청원’ 등 제도 손질부터 주장도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4일 국회전자청원에는 ‘미인가 교육시설 규제 반대 및 대안교육기관법 개정 촉구’ 청원이 올라왔다. 국제학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시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3300여명이 동의했다.
규제가 오히려 조기 유학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정부 분위기를 보고 자녀를 아예 홈스쿨링시키거나 해외 보딩스쿨로 보내려는 학부모가 많다”며 “규제가 이 학생들을 공교육으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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