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KAI ‘제조 동맹’ 출격···한화와 AAM 주도권 격돌
||2026.05.12
||2026.05.12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로써 국내 미래 항공 시장은 ‘한화’와 ‘현대차·KAI 연합’의 양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번 협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 및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에 발맞춘 민간 주도의 사업 구조 개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대량 생산 체계 및 전동화 기술력에 KAI의 완제기 설계 역량과 항공 안전 노하우를 접목해 독자적인 국산 기체 플랫폼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AAM 해외 독립 법인 슈퍼널(Supernal)과 KAI 측 실무진은 최근 수차례 회의를 갖고 기술 융합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8일 MOU 체결을 기점으로 단순 협력을 넘어 구체적인 역할 분담을 위한 세부 조율에 착수했다.
큰 틀에서 역할과 책임의 범위를 정립했으며 이를 실제 기체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세부 공정표를 작성하고 기술 공유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이번 동맹에 따라 그간 기체 개발부터 관제 시스템까지 그룹 내 수직계열화를 구축해온 한화와의 경쟁 구도는 한층 뚜렷해졌다.
한화는 기체 설계와 핵심 부품인 추진 시스템(심장), 항전 장비(두뇌)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했지만, 대규모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제조 공정 기술은 현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양산 노하우와 KAI의 숙련된 항공기 조립 역량이 결합할 경우, 한화가 고심하던 기체 양산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현대차 연합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
한화는 지난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UAM(도심항공교통)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간 미국 에어택시 개발업체 오버에어(Overair)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축적한 추진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배터리 기반의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중장거리용 기체 개발까지 아우르며 독자적인 외연 확장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를 통해 설계부터 소재, 인프라를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으로 국내 선두주자 입지를 다지고 있다.
모든 인프라를 내재화하려는 한화의 방식과, 각자의 전문 영역을 결합해 기술적 보완을 꾀하는 KAI·현대차의 ‘개방형 연합 모델’이 격돌하게 된 양상이다.
정부의 목표는 오는 2028년부터 AI 자율비행 기체를 도심에 띄워 노선을 정식 개통하고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여는 것이다.
한화와 현대차·KAI 연합은 향후 국내 UAM 생태계를 지탱하는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 조달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수 관문인 미국 FAA(연방항공청)의 인증 절차 통과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매년 약 30%씩 급성장해 오는 2040년에는 1조달러(약 15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국내 시장은 운용 실증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 상용화 기체의 완성도를 겨루는 검증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의 신뢰성을 증명해야 한다면, 현대차와 KAI는 서로 다른 제조 DNA를 결합해 양산 기체의 성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오는 2028년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 제작을 넘어 인프라 구축과 안전 노선 확보 등 실무적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슈퍼널을 통해 독자 개발을 시도해 왔지만 내부적으로 한계를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대차와 KAI의 동맹은 특정 경쟁사를 의식하기보다 생태계 생존을 위한 실리적 선택에 가깝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30년을 성장의 변곡점으로도 보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차세대 배터리 양산 체계 고도화, AI 자율비행 대중화가 맞물리며 글로벌 AAM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2028년 상용화를 거쳐 국내 AAM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 드론 업체들이 독자적인 혁신 능력을 잃고 대기업의 하청 구조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중소 드론 제작업체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슈퍼널 등 해외 법인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보다는 해외 기술 생태계에 집중해온 면이 있다. 이번 KAI와의 협업 역시 대기업 간의 연합에 치중돼 있어 국내 중소 기술 기업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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