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던 뉴스 모니터링, AI 코딩으로 해결"…방미통위 사무관 AX 실험
||2026.05.12
||2026.05.12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정부부처도 AI전환(AX)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전년도에 미리 편성되는 예산, 복잡한 조달 절차 탓에 구성원들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도입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박종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대변인실 정책홍보팀 사무관은 AI 코딩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비용은 개인 결제한 클로드 구독료 3만원이 전부. 일반적인 조달 절차를 거쳤다면 4000만원 이상, 6개월여 기간이 필요했을 용역이다.
박 사무관은 "기관 예산은 우선순위에 따라 편성되다 보니 직원들 업무 편의성 향상 관련 예산은 반영이 어려운데, AI로 이 정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로 임관해 공직 15년차. 그는 현재 방미통위 소통 평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기관 주요 업무와 정책을 언론에 알리고 경영평가 기준에 부합하도록 실적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AI 도구를 접한 건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 때문이었다. 그는 "AI를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시대라고 하니 업무에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타깃으로 삼은 건 뉴스 모니터링이었다. 반복적이고 단순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일이다. 하루 두차례 보고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기사를 수집해야 하고, 공휴일에도 전날부터 다음 날 아침분까지 챙겨야 한다.
여러 AI 도구를 비교한 끝에 클로드를 골랐다. 그는 "제미나이는 코드만 결과창에 써줄 뿐 바로 쓸 수 없는 코드였다면 클로드는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니 실행 가능한 패키지 파일을 줬다"고 했다.
정보통신공학 전공자지만 AI 코딩이 개발자만의 영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20여년 전에 C언어를 배웠지만 정작 이 프로그램에 쓰인 파이썬은 전혀 모른다"며 "AI에게 물어보면 세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따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류가 나면 오류 메시지를 그대로 붙여넣고 수정을 요청했다. API, 서버, 도메인 연결 같은 생소한 개념도 클로드에게 다시 물으면 됐다.
첫 버전은 로컬 PC에서 실행하는 방식이라 공용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었다. 팀원마다 파이썬과 패키지를 각자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관 내 남는 PC 한대를 받아 24시간 돌아가는 서버로 운용하고, 프로그램은 URL로 접속하는 웹앱 형태로 올려 PC·모바일 어디서든 쓸 수 있게 했다.
공개된 정보를 다뤄 보안 위협은 크지 않지만, 안전장치는 만들어뒀다. 외부 접속은 네트워크 보안 서비스 클라우드플레어를 경유한다. 그는 "한단계 건너서 접속하는 방식이라 서버 IP를 외부에서 알 수 없고 포트도 개방돼 있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구조는 단순하다. 네이버 뉴스 API와 연동한다. 키워드와 시간 범위를 설정하고 수집 버튼을 누르면 회당 약 900건이 올라온다. 담당자가 관련 기사를 선택하면 AI가 요약해 보고서 형식으로 자동 출력한다. 담당자는 이를 한글 파일에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30분에서 1시간씩 걸리던 작업이 5분 안에 끝난다. 오전·오후 보고 사이 점심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됐다. 박 사무관은 "뉴스 클리핑 담당자는 이전엔 점심을 거르거나 자리에서 때우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제 함께 식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말엔 체감효과가 더 컸다. 모바일로도 접속할 수 있으니 외출 계획을 모니터링 일정에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그는 "어느 날 옆자리 동료가 덕분에 주말이 두렵지 않다고 하더라"며 "저 또한 주말 외출의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현재 그는 방미통위에서 'AI사무관'으로 불린다. 유지보수도 자연히 그의 몫이다. 최근엔 팀원 요청에 따라 동영상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영상은 기사와 달리 제목 등 노출 정보가 적어 검색이 까다롭다. 스크립트 내용까지 검색 범위에 포함시켜 해결했다. 그는 "난관은 IP 차단이었다. 유튜브가 주기적 크롤링을 외부 공격으로 인식해 접속을 막더라"며 "클로드에 물으니 우회 방법을 알려줘 해결했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오보 대응 시스템이다. 잘못된 기사 URL을 등록하면 원본을 자동 보관하고 이후 해당 기사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수정 여부를 알린다. 전후 내용 비교 리포트까지 자동 생성하는 구조다.
프로그램은 정부부처 어디서든 쓸 수 있다. 그는 "API 키와 키워드만 바꾸면 어느 대변인실에서든 쓸 수 있을 것"이라며 "클로드에 코드를 올려 각 기관 양식에 맞게 수정하면 된다"고 했다.
AI 시스템이지만 판단은 사람 몫이다. 키워드로 묶인 수집 결과에서 불필요한 기사를 걸러내는 정교한 필터링은 아직 AI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필터링을 강화하면 중요한 기사가 빠질 우려가 있다"며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AI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부처 내 AI 코딩 확산이 민간 소프트웨어 조달을 위축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고도 보안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바이브 코딩으로 대체하기엔 부적합하다"며 "AI 코딩이 소프트웨어 업계에 미칠 파장은 공공조달 감소보단 주니어 개발자 고용 감소 등 영향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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