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공급로 줄줄이 막힌다…‘EV 브레이크’에 SK온 비명
||2026.05.12
||2026.05.12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EV) 생산 계획을 잇따라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면서 북미 시장에 사활을 걸었던 SK온의 배터리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닛산과 포드 등 핵심 파트너사들이 ‘EV 속도 조절’을 넘어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하면서 수십조원 규모의 공급로가 잇따라 차단되고 있다.
12일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최근 미국 미시시피주 캔톤공장에서 추진하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시장 환경 변화를 이유로 공식 중단했다. 당초 5억달러(7250억원)를 투자해 2028년부터 차세대 EV 4종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현지 부품 업체들에 생산 철회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SK온이 2025년 3월 닛산과 체결한 15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양사는 2028년부터 6년간 총 99.4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차량 생산 자체가 무산되면서 계약 취소나 물량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SK온은 당시 이 계약과 관련해 “일본 완성차 업체와 첫 파트너십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북미 지역에서 공급처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를 크다”고 설명했다.
포드와의 협력 관계 역시 종지부를 향했다. 양사는 2025년 12월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운영 방식을 분리하기로 합의하고,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독자 운영하며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 공장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포드는 인수한 켄터키 공장에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블루오벌SK 소속 노동자 1512명이 해고되는 등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SK온은 테네시주 공장 운영에 집중하며 2028년부터 포드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용 배터리와 ESS 셀 공급을 추진한다. 합작 모델에서 독립 운영 체제로 이동하며 재무 부담을 축소하고 운영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폭스바겐 역시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주력 전기차인 ID.4의 생산을 종료하고 내연기관 SUV 생산으로 회군했다. 조지아 공장의 주요 공급처 중 하나가 사라지면서 SK온의 북미 지역 배터리 가동률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급감에 따라 SK온의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는 3월 조지아주 공장 근로자 958명을 정리 해고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장 상황에 맞춘 운영 효율화라는 명목하에 대규모 인건비 절감이 현실화됐다.
이 같은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와 미국 내 EV 시장의 성장 정체가 맞물린 결과다. 대당 7500달러에 달하던 세액 공제 혜택이 사라지자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와 내연차로 전략을 급격히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지배력도 약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SK온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3.7%로 집계되며 점유율 순위가 4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SK온은 서산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시설로 전환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587억원을 투자해 연간 3GWh 규모의 ESS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급성장하는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 대응할 방침이다.
북미의 부진과 달리 유럽 시장에서는 수요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3월 SK온 배터리를 탑재한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헝가리 코마롬 2공장은 현재 풀가동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포드 F-150 라이트닝의 생산 중단과 폭스바겐 ID.4 판매 급감이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감소를 야기한 핵심 요인이다”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ESS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고, 고객 및 지역 다변화를 통해 수익 안정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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