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어쩌나”… 中 지커, ‘최고급 전략’으로 韓 공략 본격화
||2026.05.11
||2026.05.11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기존 중국차 전략과 달리 럭셔리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제네시스 등 고급 브랜드가 포진한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정면 승부를 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 침체와 글로벌 무역 장벽 속에서 한국 시장 내 존재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최근 흐름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프리미엄 경험을 앞세우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출범을 앞둔 지리자동차그룹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 역시 단순한 판매 확대보다 ‘중국차 이미지 전환’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지커는 최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브랜드 갤러리를 마련했다. 해당 공간은 과거 미국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 전시장이 있던 자리다. 지커코리아는 이곳에 약 915㎡ 규모의 브랜드 갤러리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브랜드 갤러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SEA 플랫폼과 다목적차량(MPV) 009 그랜드 컬렉터스 에디션, 차세대 MPV 믹스,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9X 등이 전시돼 있다. 회사는 향후 공식 브랜드 론칭 이후 해당 공간을 전시장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지커의 전시장 입지 선정에서부터 브랜드가 추구하는 전략이 드러난다고 분석한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밀집한 지역에 거점을 마련해 럭셔리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평가다. 앞서 한국에 진출한 BYD와는 결이 다른 전략이다.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중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면, 지커는 브랜드 가치와 상품성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지커는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 가운데 최고급 전략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 4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지리 나이트’ 행사에서 양쉐량 지리홀딩그룹 부사장은 “한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중형 SUV 7X를 비롯해 다양한 프리미엄 럭셔리 라인업을 한국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부사장은 이어 “현재 당장의 시장 점유율이나 구체적인 판매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다”며 “단기적인 점유율 확보보다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먼저 지커의 브랜드 가치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기 판매량보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차 업체들이 ‘싸지만 옵션이 많은 차’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경험과 디자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먼저 구축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며 “지커의 대치동 거점 역시 단순 전시장 이상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안착 여부는 결국 가격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커 7X는 중국 현지에서 최상위 트림 기준 27만위안(약 5852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시장 환경과 인증·물류 비용 등을 감안해 이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7000만원 이하로 가격이 형성될 경우 시장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우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경우 기존 고급 전기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커 7X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네시스 공식 홈페이지 견적 기준 GV70 전동화 모델의 기본 가격은 7984만원이다. 선택 사양을 더할 경우 실구매 가격은 9000만원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결국 지커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경우 제네시스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한국 공략은 더 이상 ‘저가 공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커의 등장은 중국차 업체들이 이제 가격만이 아니라 브랜드로도 경쟁하겠다고 선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시대의 브랜드 질서가 일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프리미엄 시장은 상품성만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결국 브랜드 신뢰와 서비스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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