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해시드, ‘기와·마루’로 블록체인 인프라 경쟁 점화
||2026.05.07
||2026.05.07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웹3 벤처캐피탈(VC) 해시드가 각각 메인넷(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와 ‘마루’를 앞세워 차세대 디지털 금융 인프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양사가 서로 다른 블록체인 전략을 택하면서 향후 시장 판도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이날까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 2026’에 참가해 웹3 인프라 ‘기와’를 소개한다. 이를 계기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기와는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이다. 이더리움 위에 별도 체인을 구축해 기존 네트워크의 보안성과 생태계를 활용하면서도 처리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자체 코인을 발행하지 않고 이더리움(ETH)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국내 금융권과 적용 가능성도 시험하고 있다. 하나은행과는 기존 국제금융통신망(SWIFT) 기반 해외송금을 기와 체인으로 대체하는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또 신한은행과는 신용대출 자격 인증 체계를 기와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나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 이를 활용한 ‘결제·정산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 자체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상품으로 제공하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베이스’와 유사하다. 베이스는 코인베이스가 운영하는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송금 등을 지원한다.
반면 해시드의 마루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마루는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설계됐으며, 거래 수수료(가스비)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지불하는 구조다. 예컨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거래에는 ETH가 필요하다면, 마루에서는 원화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OKRW’로 지불할 수 있다.
마루는 이른바 ‘소버린 블록체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독자적인 주권형 블록체인을 통해 주도권을 가지는 동시에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연결성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한국 규제 환경에 친화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은행, 증권사 등 전통 금융권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시드는 이날 마루의 첫 테스트넷(정식 출시 전 시험 운영하는 네트워크)을 공개했다. 퍼블릭 체인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도 제도권 금융이 요구하는 규제 준수, 감사 가능성,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네트워크 설계 단계부터 반영했다. 이번 테스트넷에서는 인프라 실사용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카카오의 고객확인(KYC) 인증을 연동했다. 또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웹3 디지털지갑 ‘비단주머니’가 마루 테스트넷에서 운영되고 있다.
마루는 연내 메인넷 정식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실제 상용화까지는 제도적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 들어 청와대에 입성한 김용범 정책실장이 과거 해시드에 몸담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젠간 해소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마루 개발을 주도하는 해시드오픈파이낸스 관계자는 “현재 AI 에이전트에 의한 새로운 금융 시대가 열리고 있어, 국내 입법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한국 원화 경제의 글로벌화라는 큰 미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맞춰 사업적·기술적 준비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규제 방향에 따라 두 프로젝트 경쟁 구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기업·정부간거래(B2G) 및 공공 인프라 영역에서 어떤 체인이 채택되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성연 모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글로벌 호환성이 우세할지 한국 고유의 통화 인프라가 우위를 점할지에 대한 답은 한국 입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령 외에도 미국 클래리티 법안, 유럽의 미카 등 해외 제도 프레임워크를 분석해 국내 생태계에 적합한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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