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피’ 형님 부러운 코스닥, 강세장 소외 속 ‘2부 리그’ 수모
||2026.05.07
||2026.05.07
중동 전쟁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는 인공지능(AI) 수혜 기대 등으로 연일 최고점을 돌파하며 7300포인트까지 돌파한 반면, 코스닥은 바이오주 투자심리 악화에 따라 여전히 1190~1200선에서 ‘공회전’ 중이다. 연기금 등 기관마저 순매도로 돌아선 가운데 대형주 이전상장 악재도 닥쳐 코스닥 상대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중동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월 말 이후 전날까지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8.3%와 비교해 17%포인트나 밑도는 수치다. 우량주로 구성된 지수로 보면 코스피200 21%, 코스닥150 –3.6%로 격차는 더 컸다. 전날만 해도 코스피는 6% 이상 급등하며 7300선에 안착했지만, 코스닥은 0.3% 하락하며 1210선 사수에 만족해야 했다.
거래 활력도 연초 같지 않다. 1~2월 14조4374억원으로 15조원에 육박했던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5월(4일 기준) 13조3479억원으로 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29조3724억원에서 30조1321억원으로 2.6%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시가총액 격차는 커지고 있다. 2월 말 7.8배(약 4491조원)였던 코스피·코스닥 간 시총 격차는 6일 현재 9.0배(약 5386조원)로 확대됐다. 1년 전엔 5.7배였다. 코스피·코스닥 간 시총이 9배 이상 벌어진 것은 2014년 7월 이후 12년여 만이다.
코스닥 부진은 주도주가 바이오·2차전지 위주로 구성돼 AI 혁명이 촉발하는 수혜 기대 효과를 누리지 못한 영향이다. 중동 전쟁 이후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중 시총이 늘어난 곳은 반도체 소부장 리노공업와 바이오 업체 HLB, 2차전지 에코프로비엠 3개에 불과했다.
반면 코스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7개사가 시총을 늘렸다. 물론 코스닥에서도 주성엔지니어링·심텍·두산테스나·ISC·피에스케이 등 반도체 전·후공정 업체들이 AI 수혜를 등에 업고 중동 전쟁 직후 급등했으나 시총 규모가 크지 않아 지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바이오 투자심리가 악화한 점도 코스닥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종목별로 코스닥 시총 4위였던 삼천당제약은 계약 실적 부풀리기 의혹, 최대주주 블록딜 추진 등의 여파로 전쟁 이후 6일 현재까지 주가가 50.8% 하락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담도암 치료제 신약후보물질 임상 결과를 두고 실패 해석이 나오면서 두 달 새 34.2% 떨어졌다. 메지온은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소식 등에 따라 주가 하락 폭이 38.7%에 달했다.
코스닥이 부진에 빠지면서 기관·외국인 매수 우위였던 시장도 다시 개인 위주로 회귀하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기관은 11조원 순매수했으나 3월 이후엔 1조3000억원 팔아치웠다. 1~2월 1조7000억원 사들였던 외국인도 3월 들어선 순매수액이 26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2월 10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던 개인은 중동 전쟁 이후엔 2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문제는 반등 모멘텀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코스닥과 같은 중소형주에 민감한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코스닥 시총 3위인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추진해 ‘코스닥은 2부리그’라는 인식을 강화해 투자심리를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정책 바로미터인 연기금도 4월 들어 순매도 전환하면서 정책 기대 효과도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는지가 코스닥 향방을 좌우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은 실적보다 ‘미래 성장 기대’로 주가를 형성하는 중소형 성장주들이 많은데,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에 벌 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폭이 커져 주가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반도체 소부장주는 양호하지만, 바이오 비중이 큰 점이 지수 상승 탄력을 낮추고 있다”면서 “(코스닥이 반등하려면) 전쟁이 끝나 유가가 떨어지고 반도체 쏠림이 진정돼야 하는데 올 하반기부터 기회가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코스닥은 실적으로 가는 장은 아니므로 금리 부담 완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도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컸고, 그런 흐름 속에서 부진했다”며 “실질금리가 안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세그먼트 제도가 구체화하면 코스피와의 수익률 갭을 맞춰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약하고, 수급이 대형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 약점”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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