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M&A 20년 만에 재점화… “살아남으려면 커져야 한다”
||2026.05.04
||2026.05.04
대륙아주와 린이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착수하면서 로펌 업계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법조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2000년대 초반 대형 로펌 지형을 만든 ‘로펌 M&A 공식’이 20여년 만에 재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륙아주와 린은 지난달 29일 합병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양사의 매출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단순 합산 1437억원, 국내 변호사 수는 384명 규모가 된다. 매출 기준 8위권, 변호사 수 기준 6위권의 대형 로펌이 새롭게 탄생하는 셈이다.
협약식에서 양측 대표는 합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시장 변화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 업무 구조 변화가 동시에 밀려오는 ‘퍼펙트 스톰’ 국면”이라고 말했다. 임진석 린 대표변호사도 “중견 로펌으로서 이룰 것은 다 이뤘고, 더 큰 사건과 딜(deal)을 위해서는 규모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년 전 ‘합병 공식’ 다시 작동
국내 로펌 M&A의 출발점은 2001년 법무법인 세종과 열린합동법률사무소의 합병으로 꼽힌다. 기업 자문에 강점이 있던 세종은 송무 역량을 보강했고, 같은 해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의 결합도 이어졌다.
이후 2003년 화백·우방 합병으로 화우가 출범했고, 2008년 지평·지성 합병, 2009년 대륙·아주 합병이 이어졌다. 송무와 기업 자문, 국제거래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의 연쇄 합병이 현재의 대형 로펌 구조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한때 주춤했던 로펌 합병은 2023년 이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클라스와 한결이 합병해 클라스한결을 출범시켰고, LKB와 평산이 합병해 LKB평산이 됐다. 올해 들어서는 LKB평산과 정세의 추가 합병 논의도 알려졌다.
대륙아주·린 합병은 이러한 흐름이 중견 로펌을 넘어 대형 로펌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서로 달라야 산다”… 합병 성공 공식
로펌 업계에서는 합병 성공의 핵심 조건으로 ‘비대칭 결합’을 꼽는다. 한쪽의 송무 또는 사건 수임 기반과 다른 쪽의 기업 자문 역량이 결합돼야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중견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로펌 M&A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파트너, 고객, 전문 분야, 평판을 함께 합치는 작업”이라며 “겹치는 영역이 적어야 이해상충 문제도 줄고 실질적인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대륙아주는 송무와 해외 법무에 강점이 있고, 린은 기업 자문과 IT 산업 분야에서 성장해 온 만큼 구조적 결합 논리는 유사하다는 평가다.
◇큰 사건은 큰 로펌으로… “화학적 통합이 중요”
기업 법률 수요 구조도 변하고 있다. 사건 하나가 공정거래, 형사 리스크, 노동, 세무, 경영권 분쟁, 국제 분쟁으로 동시에 확장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철 변호사는 “특정 분야의 유명 변호사 몇 명만으로는 대형 고객의 복합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규모가 곧 신뢰가 되는 시장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석 변호사 역시 “빅6 수준에 올라서야 은행, 대형 거래, 공정거래 사건 등 핵심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며 “규모와 신용도가 사건 수임을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합병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로펌 간 합병 사례에서도 조직문화, 지분 구조, 운영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별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한 로펌 변호사는 “합병 이후에도 출신 로펌에 따라 보이지 않는 갈등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화학적 통합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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