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 이사 “프린터는 첨단기술 집약체… HP 혁신, 한국이 주도”
||2026.05.04
||2026.05.04
“프린터는 우리의 인식보다 어렵고 복잡한 기술의 복합체다. HP 프린팅 코리아는 HP의 글로벌 조직 내에서 프린터 기술 발전을 주도하며 조직 내부에서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의 도입 확산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박정진 HP 프린팅 코리아 기술이사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내 산업계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HP 프린팅 코리아는 HP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프린터 사업부를 인수하며 출범했다. 당시 HP는 프린터 관련 핵심 기술과 인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의 모든 인력과 자산을 인수했다. 현재 HP 프린팅 코리아는 HP의 글로벌 조직 내에서 종이에 출력하는 ‘프린터’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연구 거점으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국내 조직이 주도한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은 글로벌 조직 단위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HP 프린팅 기술 연구의 핵심 지역
HP의 ‘프린팅’ 기술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보다 범위가 넓다. 2D 출력은 일상에서 접하는 종이 인쇄는 물론, 사진, 차량, 건물 외부의 래핑용 출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질에 적용된다. 2D 출력 뿐만 아니라 3D 출력 관련 기술도 갖추고 있다.
HP 내에서 이러한 프린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전 세계에서 몇 개의 거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이 중 A3 사이즈급까지의 2D 종이 출력에 대한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이다. 현재 판교 사옥은 2019년 설립됐다. 연구개발에 특화된 구조로 장기적 활동을 고려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결과다. 박정진 이사는 “이런 투자는 HP 내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한국은 A4, A3 사이즈 프린터의 핵심 연구 거점”이라며 “현재 프린터 하드웨어 개발은 한국이 거의 대부분을 맡고 있을정도이며, 영업력을 뒷받침할 역량까지 갖춘 세계적으로 드문 지역지역이다. 인수 초기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A4와 A3는 단순히 크기 차이가 아니다. 사무용 측면에서 보면 온갖 특수용지가 사용되며, 종이의 형태를 가진 여러 소재에 출력할 수 있는 기술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HP 내부에서 ‘HP 프린팅 코리아’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조직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이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박 이사는 “이 조직 안에 개발과 검증, 디자인, 소프트웨어 조직이 모두 모여 있다”며 “협업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즉시 테스트 확인 가능한 것도 한국 조직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프린터 업계의 주력 시장은 기업용이다. 박정진 이사는 “가정용 시장은 출력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지만 기업용은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며 “기업용 A3 프린터 기술은 가정용 A4와 큰 차이가 나고,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미국 정도만 이 기술을 갖고 있어 새 경쟁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인지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영업력에 경쟁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디지털 트윈-AI 기술,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
HP 프린팅 코리아의 연구 성과가 글로벌 조직을 이끄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국내에서 개발, 활용해온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환경이 글로벌 조직으로 확산되는 사례가 있다. HP의 디지털 트윈 환경은 약 2년간 준비해 올해부터는 일부 부품 단계에서 실제 검증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에서 만들어진 해석 모델과 시뮬레이션 툴이 글로벌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박정진 이사는 “제품 개발에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다 테스트할 수는 없다. 특히 수명이 중요한 A3 프린터 경우에는 테스트 기간도 길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검증 과정에서 이를 디지털 트윈화 해서 결과를 활용해야 제품 출시 적기를 맞출 수 있다”며 “A3 프린터는 자동차 수준으로 많은 부품을 가진 복잡한 제품이고, 디지털 트윈 구축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1만개 이상의 부품을 시뮬레이션 모델로 만들고 물성값을 넣고 분석해야 되기 때문에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말했다.
디지털 트윈 환경 구축에서 어려웠던 점은 기본 데이터의 획득과 기존 검증팀의 설득을 꼽았다. 박정진 이사는 “해석 모델을 위한 기본 데이터 취득이 필요한데, 기존에 데이터가 없으면 이를 위한 실험을 하면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 기반 검증은 사람보다 정확도가 높고, 검증 시간도 줄일 수 있다”며 “실제 사례로는 내부 특정 부품 검증에서 6개월 걸리던 과정이 해석 모델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왔고, 결과의 품질도 물리적 테스트에 비해 손색 없는,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평이었다”고 말했다.
프린터에서 AI 활용의 핵심으로는 ‘유지보수 최적화’를 꼽았다. 프린터의 설계는 물론 실제 사용에서도 프린터의 사용 데이터를 받아서 주요 부품의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예정된 유지보수 주기에 맞게 최적화하는 데 AI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 과정에 예정된 일정 이외의 추가 엔지니어 방문을 최소화해 비용을 최적화하고, 사용자에게는 예정되지 않은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한다.
박정진 이사는 “현재 기업용 A3 프린터 시장에서는 유지보수 최적화가 비용 경쟁력에서 중요한 과제다. 특히 예정되지 않은 방문을 최소화해 이에 따른 손실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린터 내 어떤 부품이 언제 고장날지에 대한 예측을 하고, 예정된 방문 시기에 이 예측을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HP는 프린터의 개발과 문제 해결에도 AI를 활용한다. 먼저, 디지털 트윈에서는 기존 룰 기반 모델의 한계를 넘기 위해 AI가 접목된 라이브러리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프린터의 로그 분석에도 AI를 사용해,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빠르게 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 이사는 “프린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라며 글로벌 HP 조직 내에서 HP 프린팅 코리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HP 프린팅 코리아는 디지털 트윈과 AI를 글로벌 조직 내에서도 가장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프린터 관련 기술, 프린터 넘어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
HP 프린팅 코리아는 국내 기업 및 정부와의 협력에도 긍정적이다. 박 이사는 “HP가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정부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정부 과제에서 비용이 크지 않더라도 과제 수행 기여에 필요한 비용 정도만 지원된다 하면 우리가 가진 기술을 국내 기업들에 많이 전달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HP의 인수 이후 납품하는 벤더들 중에서도 가능하면 한국 기업과 협업해 단가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기술 수준도 높였다"며 "기존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조달하던 물량을 국내 업체로 많이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 업체 비율은 30% 정도까지 올라왔고, 더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비용을 감수하면서 추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정부 과제를 통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프린터 기술은 이미 완성돼 더 발전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HP는 아직 기술 개발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박정진 이사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 쉽지는 않겠지만, 하드웨어 기술에 있어서도 소재와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대비 서비스성을 더 높일 여지가 남아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프린터를 더 쉽게 유지보수할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프린터 기술이 다른 산업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있다. 박정진 이사는 “프린터는 광학과 화학, 열역학 등 온갖 공학 기술들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의료기기, 바이오, AI 서버의 열관리 기술 등에도 프린터 기술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 사례로는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분사 기술을 바이오 분야의 세포 분류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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